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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야외공간 새단장 전통정원 '熙園' 조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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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용인 호암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이 사라지고 전통정원 ‘희원(熙園)’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희원은 호암미술관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고미술관 정원에 걸맞도록 꾸며졌다. 우리 전통정원의 특징과 현대적 미감을 함께 보여주는 희원을 23일 개원에 앞서 산책했다.

희원은 서북쪽에 위치한 대문 보화문( 華門)에서 시작한다.미술관 앞마당 정원인 점을 생각해 ‘아름답고 귀한 예술품을 많이 모아 보존하라’는 뜻으로 대문 이름을 지었다 한다.이 문은 경복궁 복원에 참여한 대목장(大木匠)부문 기능보유자 신응수(55)씨가 덕수궁 유현문을 본떠 만든 문.

대문을 들어서면 탁 트인 산책길 대신 울창한 대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기승전결로 치면 이곳은 다음 것을 기대하게 하는 도입부인 셈.7백여평의 공간에 충남서산에서 옮겨 심은 2천5백여그루의 대나무가 운치를 더한다.죽림 사이를 걷다보면 드문드문 보이는 돌하루방 모양의 석물인 벅수들을 볼 수 있다.전통정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시각물인 벅수와 물확·석등 같은 다양한 석물이 산책의 재미를 더한다.

협문을 나서면 마당 사이의 빈뜰인 간정(間庭)이 나온다.담장을 따라 주로 흰꽃의 자생 풀들을 아기자기하게 심어놓아 우리 정원에 어울리는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왼쪽의 얕은 계단을 오르면 소원(小園)이 펼쳐진다.한국정원의 구성요소인 정자와 연못·화계(花階)·석물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다.보일듯말듯 물 위에 모습을 드러낸 돌이 담긴 작은 연못에 걸쳐 있는 정자 추향정(秋香亭).여기 앉아 담 밖을 보면 산이,뒤를 돌아보면 산 경사 처리를 위한 전통 기법인 3단 화강암 계단에 꽃이 가꾸어진 화계가 정취를 더한다.

소원을 빠져나와 전통 포장재료인 마사토로 된 길을 걸으면 주정(主庭)에 들어서게 된다.호암미술관 앞 중앙에 있는 중심 정원으로 여기서 전통정원의 근본원리인 ‘차경(借景)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차경이란 주변 경관을 빌려온다는 말로 집터 주위에 있는 자연경관을 정원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한다.바로 이 점이 중국이나 일본과 차이를 보이는 부분.중국의 정원은 ‘소상팔경(瀟湘八景)’등 이상적 경치를 축소해 꾸민다.때문에 기암괴석등으로 많은 변화를 주어 사람을 현란하게 한다.또 담 안에 완벽하게 조경하는 일본은 빈틈 없는 제약으로 인위적인 냄새를 풍긴다.반면 우리의 정원은 담 안과 밖이 자연스레 어우러져 현란하지도 인위적이지도 않은 것이 가장 큰 특징.

주정의 정자 호암정(湖巖亭)에서 연못 법련지(法蓮池)를 바라보면 산과 호수가 그 안에 들어 있다.정원 안에 삼라만상을 품는 정원의 진수를 바로 여기서 맛볼 수 있다.

주정 북쪽의 호암미술관으로 고개를 올리면 그 사이에 돌담이 가로 서있다.서로 이가 맞아떨어지는 돌을 골라 이를 쌓아올리는 전통 기법으로 된 것.이 돌들은 대를 이은 장인 김영선(36)씨가 전국을 다니며 밭을 만들어주고 여기서 나온 돌들을 모은 것이다.

주정의 협문에서 돌다리를 건너 시골 시냇가를 흉내낸 계정(溪亭)에 이르면 정원의 동쪽 끝에 닿는다. 안혜리 기자

< 개관 15주 기념 24일부터 공개 >

희원(熙園).밝고 당당한 기상을 뜻하는 이 전통정원은 4년의 준비끝에 완성됐다.광릉수목원과 대전엑스포 설계를 맡은 바 있고 지난 95년 문화체육부 환경문화상 조경부문을 수상하는등 정원 조경에 이름있는 전 청주대 조경학과 정영선 교수(서안조경 대표)가 1년6개월에 걸쳐 기본설계를 마치고 이후 공사에 들어가 1년여만에 완성했다.

희원은 2만여평의 대지 위에 총 90억여원의 비용을 들여 조성했다.대문인 보화문과 정자 추향정등을 신응수씨가 고증을 통해 만든 것을 비롯해 아담한 꽃담은 전돌과 전통문양의 문화재보수 전문가인 서성환(49)씨,전통 돌담은 이 분야에 최고 권위를 갖고 있는 늘푸른조경의 김영선씨등 각 분야 최고의 장인들이 참여해 이뤄졌다.

23일 개원식에 이어 24일부터 매일 오전10시에서 오후6시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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