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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음악회 첫선 - 내달3일 미국시클리 8개 실내악곡 무대 올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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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공연장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괜히 어깨가 움츠러드는 클래식 음악회.'진지한 음악'이라는 고정관념과 권위의식 때문에 왠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날 음악회 만큼은 음악당이 떠나가도록 웃어도 좋다.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연주 도중 박수를 쳐도 괜찮다.

처음부터 끝까지 청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못말리는 음악회'가 오는 6월3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클래식의 엄숙주의와 권위에 신랄함과 파격으로 도전하는 국내 최초의 풍자음악회다.매너리즘에 빠진 무대예절과 연주 에티켓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즐거움은 두배. 그렇다고 음악의 수준이나 연주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페스티발앙상블(02-739-3331)주최로 열리는 이날 공연은 미국 작곡가 피터 시클리(62)가'사이비 바흐'라는 뜻의 P.D.Q.바흐라는 이름으로 작곡한 8개의 실내악곡들로 꾸며진다.작곡자 대신 방송인 황인용씨가 해설을 맡고 립싱크 개그로 유명한'허리케인 블루'의 김진수씨가 바로크 시대의 가발을 쓰고 P.D.Q.바흐로 출연,음악에 맞춰 무언극을 펼친다.

이날 연주될 곡목들은 60년대 미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바로크음악을 풍자하기 위한 것.'보통 감기를 위한 팡파르''음악의 희생'등 제목도 기존 작품을 패러디했고 대부분 5~10분 가량의 소품들이다.

트롬본에 바순의 마우스피스를 꼽은'트룸분'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올라 1대를 두명의 연주자가 연주하기도 한다.

관악기에 포도주를 들어붓는 해프닝도 벌어진다.이번 공연을 기획한 피아니스트 박은희(한국페스티발앙상블 음악감독)씨는“국내 유명 교향악단등에서 코믹한 풍자를 곁들인 음악회를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연주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공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음악계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증거”라고 말했다.

줄리아드음대에서 작곡을 공부한 시클리는 졸업후 포드재단이 수여한 연구기금으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다.또 65년부터 93년까지 P.D.Q.바흐 순회공연을 가졌다.

ICM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카네기홀 공연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오페라.관현악.합창.실내악.성악.영화음악.TV음악에 걸쳐 1백여곡에 이른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 캘커타'를 위해 작곡과 작사를 맡았던 그는 가수 존 바에즈를 위해 음악을 편곡해 주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가리켜“천차만별의 미국음악을 스스럼없이 섞는 작곡가그룹의 주도적인 인물”이라며“P.D.Q.바흐와 함께 하는 음악회는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재미있는 쇼”라고 평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뱅가드 클래식스와 텔락 레이블로 많은 음반을 발표하면서 매주 '시클리 믹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텔락 레이블(02-469-1675)로 국내 발매된 음반은▶두대의 피아노는 한대보다 낫다▶존 기무라 파커와의 피아노 듀오▶오이디푸스 텍스▶카네기홀 실황앨범▶1712년 서곡▶동물의 사육제.피터와 늑대▶클래식 토크 라디오등이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설명>

'바흐의 21번째 아들''P.D.Q.바흐'라는 별명으로 바로크 음악을 풍자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피터 시클리의 실내악곡이 한국페스티발앙상블 주최로 국내 최초의 풍자음악회에서 초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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