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위원회 개혁안에 강경식 부총리 구상-금융기관 감독기능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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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금융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개혁안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면서 과연 어떤식의 결말이 날지가 관심거리다.우선 금개위 안에 대해 주무장관인 강경식(姜慶植)부총리가 어떤 결심을 할지,또 청와대가 어디까지 개입할지가 변수다.

姜부총리가 처음 금융개혁을 추진할 때는 한국은행에 통화신용정책을 일임하되 금융기관 감독기능은 떼오겠다는 방침이었다.감독기능은 공권력처럼 정부의 고유권한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기 때문이다.감독기능을 한은에서 떼오는 게 중요하지,일단 떼오기만 하면 감독기구(금융감독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둘지,재정경제원 산하에 둘지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때문에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에 둬도 괜찮다는 얘기를 그 스스로 금개위측에 밝혔다.

최근 姜부총리는 금개위측에 세가지를 제안했다.첫째로 건전성 감독기능을 한은에 남기지 말고 정부쪽에 완전히 떼달라,둘째로 신설되는 금감위를 총리실 산하가 아닌 재경원 산하로 해달라,셋째로 재경원차관을 금융통화위원회의 당연직 멤버로 넣어달라는 것이다.

금개위는 이같은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주 청와대 수석실에서 姜부총리와 박성용(朴晟容)금개위위원장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이 3자회담을 벌였으나 금개위 입장은 완강했다.개혁을 안하면 몰라도 이왕 하려는 바에야 정부를 포함한 금융행정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자는 것이고,그러자면 재경원도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금개위로서는 오히려 그의'변심'에 서운해 하는 형편이다.중도에 여당이 입법 반대라는 뜻을 밝히자 금개위는 이에 대항해 성명서 발표까지 준비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자 姜부총리는 금감위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용하는 쪽으로 다시 돌아섰다.재경원 금융정책실을 통째로 금감위로 옮긺으로써 기획원과 재무부의 통폐합과정에서 제기됐던'공룡조직'문제의 해결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는 취임후 사석에서“이제 와서 재경원을 다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로 나누는 것은 어렵고,그보다는 일부 기능을 분리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해 조직개편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한은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기능을 계속 보유토록 하는 것에는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개위로서는 대통령에게 최종건의안을 내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셈이고,어차피 법안 만드는 것은 재경원 몫이다.현재로서는 姜부총리 자신조차 금개위와 실무진의 틈바구니에서 확실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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