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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멀티 킬러’ 호날두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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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 축구황제의 시대가 열렸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4·포르투갈)다.

호날두는 13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플레이어 갈라’에서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에서 호날두는 935점을 얻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678점)와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203점)를 제쳤다. 발롱도르(유럽 올해의 축구선수상)와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선수상에 이어 2008년 주요 상을 독식한 그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며 감격했다.

◆왜 호날두인가=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지네딘 지단(프랑스)에 열광했던 전 세계 축구팬들이 이제는 새 축구황제 호날두를 이야기한다. 그는 윙어와 스트라이커의 구분을 파괴하면서 ‘멀티 킬러’의 시대를 열었다.

호날두는 2007~2008시즌 소속팀 맨유에서 49경기에 출전, 42골을 터뜨렸다. 프리미어리그(31골)와 UEFA 챔피언스리그(8골) 득점왕을 석권하며 맨유의 더블(2관왕)을 이끌었다. 아르헨티나의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이룬 메시도, 스페인을 유로 2008 우승으로 이끈 토레스도 그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다.

드리블과 턴 등 상대를 속이는 호날두의 화려한 기술은 마라도나와 지단을 연상시킨다. 윙어지만 스트라이커들이 무색할 만큼 척척 골을 뽑아내는 결정력은 크루이프를 떠올리게 한다. 특급 무기인 무회전 프리킥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과 비견된다. 잽싸게 내달려 한 번의 기술로 상대 무게중심을 무너뜨린 후 골네트에 꽂아넣는 슛은 경쾌한 리듬에 맞춘 귀공자의 춤사위 같다.

아프리카 서북해의 작은 섬인 포르투갈령 마데이라에서 농사꾼 아들로 태어난 호날두는 동네 골목 어귀에서 맨발로 축구를 시작했다. 리스본으로 옮겨가 중학교를 다니던 중 사투리를 쓴다고 놀리는 게 싫어 학교를 중퇴하고 축구에만 전념했다. 알콜중독자인 아버지가 죽은 다음 날에도 경기 출전을 고집할 만큼 오로지 축구만 생각하며 살아온 그다.

◆박지성 호날두, 허정무 감독 메시=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인 박지성은 팀 동료 호날두에게 1순위 표를 던졌다. 2순위로 메시, 3순위로 토레스를 각각 선택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메시-호날두-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순으로 투표했다. 한편 ‘여자 펠레’로 불리는 브라질 미드필더 마르타가 3년 연속 FIFA 올해의 여자선수로 뽑혔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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