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은 의원들 도덕성 치명타 - 김현철씨 총선 지원금 진술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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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구속된 김현철(金賢哲)씨가 검찰에서“비자금 일부를 지난 4.11총선 당시 여당 후보 지원금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자 신한국당은 초상집이다.한 초선의원은“그 사람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 이어 당에까지 몹쓸 짓을 한다”며 흥분했다.

현철씨는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流用)한게 아님을 강조하려고 사용처의 일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이로 인해 신한국당이 받을 피해는 엄청나다.

한보의 경우 여야 모두 로비대상이었다.야당도 대놓고 여당만 비난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그러나 현철씨의 총선지원금은 성격이 다르다.바로 지난해 총선까지 정권 핵심부가 기업들로부터 돈을 끌어와 여당선거의 뒷돈을 대준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문민정부의 차별성과 도덕성은 근본이 무너진다.설혹 金대통령이 이 사실을 몰랐다해도 비난을 면키 어려워진다.

법적으로도 문제다.지난 총선의 법정 선거비용은 8천만원 정도였다.현철씨의 지원금은 수천만원대로 알려지고 있다.'현철 지원금'을 받은 후보들이 선관위에 이를 신고했을리 만무하고 상대방 야권 후보측에선 뒤늦게 허위신고를 문제삼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현철 지원금을 받은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초선으로 알려진다.이들은 현철씨가 공천과정에서부터 영향력을 행사했고,선거때도 적극 챙겨줬다는 것이다.당내 민주화등을 강력히 외쳐온 초선들중 일부라도 현철씨의 후견으로 정치권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초선들 전체의 도덕성도 상처를 입게 된다.한 중진의원은“한보리스트.홍인길리스트에 이어 현철리스트가 나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그러나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솔직히 지난 선거에서 법정선거비용만 쓰거나 외부 지원금을 안받은 의원이 누가 있느냐”며“현철씨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마녀사냥이 벌어지면 안된다”고 항변했다.

또 다른 초선의원은“이런 사실을 뻔히 아는 현철씨가 명단을 밝힐리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번 기회에 여당의 도덕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겠다는 기세다.현철씨에 대한 대국민 감정이 워낙 나빠 이후의 여론동향도 불확실하다.신한국당이 가시덤불로 뒤덮인 험난한'소산(小山.현철씨의 별명)'을 어떻게 넘어갈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사진설명>

17일 오후 김현철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서울지법 직원이 접수하는 동안 보도진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기재내용을 확인하느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구속영장은 2시간여만에 발부됐다. 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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