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현철씨 구속 수감 - 알선수재 보다 형량높아 최고 無期까지 가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이 17일 김현철(金賢哲)씨를 구속하면서 특가법상 알선수재혐의외에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무엇보다 강력한 처벌의지의 과시로 볼 수 있다.아울러 검찰은 그동안 우리사회 비리의 원천이 돼왔던 거액의'떡값'을 처벌하는 이정표를 세운 셈이기도 하다.

외형상 별다른 소득없이 엄청난 축재를 해온 부패 정치인과 공무원들을 처벌할 수 있는 전례를 마련한 것은 사법(司法)정의 구현은 물론 조세(租稅)정의를 추구했다는 상징적 의미까지 갖는다.

대법원 판결로 현철씨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조세포탈죄는 현재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돈세탁 방지법'과 함께'떡값'이란 미명아래 자행돼온 검은 거래를 처벌할'신병기(新兵器)'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직무 관련성 입증이 어려운 자연인은 물론 수뢰혐의 정치인및 공무원 수사에서조차'떡값'주장에 말려들어 수십억원대의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했었다.

기업인들로부터 27억여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뇌물수수죄 구성요건인 직무 관련성을 밝히지 못한 20억여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7억여원만 수뢰 혐의로 기소했던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부속실장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현철씨 비리사건 주임검사인 이훈규(李勳圭)중수3과장은 금품수수 대가성 입증이 어려운 33억2천만원이'순수 활동비'라는 현철씨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축소수사 비판이 일 것을 염려하던중 상속세및 증여세법의 납세의무조항(제4조)을 찾아냈다.이 조항은“5년간 동일인으로부터 1천만원이상을 증여받은 자는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조세범처벌법은“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자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현철씨 소환을 1주일가량 앞두고 李과장은 공인회계사와 세무사등 전문가에게 자문,“현철씨가 기업인들로부터 단순한 활동자금으로 받은 돈도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된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특히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이성호(李晟豪)전대호건설사장등 측근을 동원,1백여개 이상의 가.차명계좌를 거치는 돈세탁을 한 행위는 세무당국을 세원(稅源)추적 불능상태에 빠뜨려 세금을 포탈하려는 적극적 범죄행위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수사결과 현철씨가 대가성이 없이 받은 금액 33억여원에 대한 추정세액은 무려 13억5천만원.탈세혐의가 인정될 경우 법정형량은 5년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의 벌금이 선고될 수 있는 알선수재혐의보다 훨씬 무거운 무기징역 또는 5년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현철씨는 알선수재 혐의가 경합돼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법원이 정상을 참작,작량감경(酌量減輕)하더라도 3년이하의 징역형에만 가능한 집행유예 선고는 기대할 수 없다.또 조세포탈의 경우 포탈세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까지 병과할 수 있어 현철씨의'떡값'을 모두 국고로 환수할 수있다.이찬진(李粲珍)변호사는“명목에 관계없이 돈이 오간 사실이 확정되면 과세대상이 되며 이를 은닉했다면 처벌하는 것이 마땅한 이상 추가 수사를 위해 비자금을 더 밝혀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영민.이상복 기자

<사진설명>

김현철씨를 태운 검찰 차량이 17일 저녁 경기도의왕시포일동 서울구치소 입구에 도착하자 사진기자들이 차량에 바짝 붙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현철씨는 신분확인등 입감절차와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은뒤 1평 남짓한 독방에서 수감 첫밤을 보냈다. 최승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