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결산 - 토론회주자들 어떻게 준비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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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선예비후보들은 토론회 준비에 무척 신경을 썼다.거의 모든 주자들이 준비에 1주일 이상 투자했다.다만 뒤늦게 토론회 참석이 결정된 이수성(李壽成).정대철(鄭大哲)씨는 준비기간이 2~3일 정도밖에 안됐다고 한다.

주자들의 토론 준비방식은 대체로 비슷했다.참모.보좌진이 분야별로 예상질문과 답변을 만들어주면 주자들이 직접 검토.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토론모습과 얼굴표정.제스처등이 TV화면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미리'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나온 예비후보들이 많았다.

'1번 타자'였던 이회창(李會昌)신한국당 대표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은 자기 앞순번의 토론회 장면을 녹화해 여러차례 시청했다.

李대표는 토론준비를 위해 정책팀.연설문작성팀.보좌관팀을 1백% 가동했다.李대표는 시내의 한 스튜디오를 빌려 리허설도 했다.

다른 주자들은 사전에 토론회에서 비판적인 질문들이 적잖이 나온 것을 보고 스스로 약점을 다루는 예상질문들을 상당히 많이 만들어 다듬었다.그 바람에 전체 예상질문수는 2백~5백여개로 늘어났다.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는 준비에만 2주일을 투자했다.특보단.대선기획단등 보좌팀은 물론 기조실같은 당기구도 예상질문.답변서마련등의 준비과정에 참여했다.장재식(張在植).임채정(林采正).김한길 의원등으로 구성된 토론회 대책회의가 수차례 열렸고,영상.방송전문 자문단이 표정.제스처등을 코치했다.

金총재가 토론회에서 조크를 비교적 많이 던진 것도 대책반.자문단의 조언에 따른 것.金총재는 지난 9일 리허설을 실시했고,토론회 전날인 12일은 모든 일정을 비우고 토론준비에만 몰두했다.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는 토론회 사흘째인 6일“관심이 증폭되고 있고 시청률도 자꾸 올라간다”는 보고를 받고 보다 철저한 준비를 지시했다.이날부터 金총재 보좌역중 1명이 매번 토론회장에 나가 분위기.질문유형.강도등을 체크해 보고했다.

대책반은 5백여개의 예상질문을 만들었으며 金총재 부인 박영옥(朴榮玉)여사는 직접 시장에 나가 쇠고기 한근.쌀 한가마값과 콩나물값등을 알아보고 남편에게 귀띔해줬다.

신한국당의 이홍구(李洪九).이한동(李漢東)고문과 김덕룡(金德龍)의원도 그 누구 못지 않게 치밀한 준비를 했다.

이홍구 고문은 순복음교회 교육관의 스튜디오를 빌려 실제 토론회와 똑같은 좌석배치를 한 다음 6명의 교수를 패널리스트로 삼아 연습했다.

이한동 고문은 3백여개의 예상질문을 준비했고,스튜디오를 빌려 두번의 모의 토론회를 실시했다.9일에 걸친 토론준비기간 모두 14명의 교수.박사.전문가들에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의원은 앵커 출신인 맹형규(孟亨奎)의원등 10명의 의원과 5~6명의 교수에게 자문했다.그는 2백여개의 예상질문.답변서를 세차례 이상 점검했고,스튜디오등을 빌려 두차례의 리허설을 가졌다.

신한국당의 박찬종(朴燦鍾).김윤환(金潤煥).이수성 고문과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는 보좌진이 만든 예상질문.답변서를 거의 무시하고 스스로 준비한 경우에 해당된다.朴.金.李고문은 리허설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朴고문은 보좌진이 만든 2백여개의 예상질문서를 대충 훑어보고 그 나머지는 철저히 혼자 준비했다는 것. 토론일정이 갑자기 잡힌 李고문은 강원지방 나들이 스케줄 때문에 준비시간은 토론회 전날인 9일 하루.그래서 잠을 설치면서까지 열심히'공부'했다고 한다.

李지사는 자문교수단의 얘기를 듣고 리허설을 두번 했다.리허설에서 자문단의 질문이 무디자 좀더 세게 물어달라고 주문했다는 것.그러나 지방순회 일정이 많아 스스로 준비하는 시간이 많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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