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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시민대토론회>좌담회 - 大選 수능시험 정치발전 새지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앙일보가 지령(紙齡)1만호를 기념해 문화방송(MBC)과 함께 주최한'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는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이번 토론은 15대 대선에 앞서 처음 열리면서 여야의 유력주자들이 모두 참가했으며,특히 여론조사는 여야 주자들에대한 새로운 평가의 계기가 됐음을 전하고 있다.각 진영은 향후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14일 계속된 이번 토론은 많은 화제를 낳았으며 토론을 마치고 난 후에도 정가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중앙일보는 2주에 걸쳐 정국을 주도하는 이벤트였던 토론회의 결산을 위해 여야주자들이 밝힌 현안에 대한 입장등을 종합비교하고 각 주자진영의 준비과정등을 모아 소개한다.아울러 토론에 참여했던 패널리스트들의 좌담자리를 마련했다.

▶사회='정치인과 시민 대토론회'가 기대 이상의 반향과 관심을 불러모아

사실 기획한 측에서도 놀랄 정도였습니다.이같은 정치토론의 장에 많은

국민들이 목말라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됩니다.이번 토론회의 성가를

높인 것은 역시 패널 여러분들의 품격있으면서도 성역을 두지 않는 공격적

질문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영작=대단한 기획이었습니다.돈안드는 선거풍토 개선이 정계의

숙원과제인데 중앙일보와 문화방송의 이번 기획은 대선 전에 그런

방향으로의 개선을 캠페인하는데 선봉에 선 셈입니다.

▶김민환=전근대적 정치풍토인 사랑방 정치.가신정치.음모의 정치에서

공개된 정치.토론 정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김영작=바람몰이식 운동양식의 분위기와 혼탁을 극복,공개된 장에서

토론을 통해 후보들에 대한 인물검증을 할수 있는 한 모델을 제시한

것입니다.국민들에게 후보들의 인물.자질을 검증받는 장을 제공하고 이것이

축적됨으로써 지연.학연 중심의 선거운동 방식이 지양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경숙=특히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총재와 박찬종(朴燦鍾)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후보들에 대해선 국민들이 TV등에서 악수하는 모습이나

써놓은 원고를 읽는 모습 정도 외엔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이번 토론은

이들의 정치철학.소신등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박원순=유사한 것으로 관훈토론회가 있으나 방송 생중계가 안돼

파급효과가 작았던 반면 이번 토론회는 후보당 2시간정도를 할애,깊이있게

탐색할 수 있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준 점에 성과가

있었습니다.청문회보다 더 나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것같아요. ▶사회=이번 토론회는 새롭게 시도된 일종의'미디어 예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아요.대규모 군중집회를 하지 않아도 국민과 정치인들간의

대화가 이뤄지는 시대라는 것을 실감케 했습니다.토론중에 전화.팩스등을

통해 각종 주문.항의등이 쇄도한 것을 보아도 TV토론회는 세기말에 맞는

새로운 선거운동방식이며 전자민주주의의 한 방법이 될수 있음을 입증한

셈입니다.

▶김민환=그동안 우리는 생산자 중심의 정치를 해왔습니다.이번 토론회는

소비자 중심 정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도 됐다고 생각합니다.또 매일

뉴스가 폭주하는 상황에서 큰 국민적 관심을 끈 것이나 중앙일보 경쟁지들이

연일 토론회를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언론문화가 상당히 성숙했음을

느꼈습니다.

▶사회=처음엔 후보들도 이렇게 큰 반향을 부를지 몰랐죠.그러다 첫날부터

토론자들이 시시콜콜하고 민망할 정도로 개인신상을 캐묻고 대통령

하야.탈당등 모든 금기(禁忌)를 깸으로써 토론회의 위상이 껑충 뛰어

토론자.예비후보 모두 깜짝 놀란 것같더군요. 후보들 장단점 드러나

▶김영작=토론회를 통해 국민적 관심사와 국가적 현안에 대한 해법을

사랑방에서 정략적 차원의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로만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국민적 차원에서 문제를 털어놓고

공론화한데서 후보들의 장단점이 드러나고 이를 국민들에게 제시하는데

매개역할을 한 것이 좋았습니다.

▶김민환=우리 사회가 이런 정도의 정치토론은 충분히 소화해 낼수 있는

수준이 됐는데도 그동안 정치권은 이를 무시해온 측면이 있는 거죠.

▶박원순=후보진영마다 이번 토론회에 엄청난 준비를 했다고

하더군요.예상질문을 몇백개씩 만들어 예행연습을 실시한 후보도 많고요.

▶사회=근소한 우열의 차이는 있었으나 11명 모두 수준은

대단했습니다.신선감을 주거나 묵은 장 맛을 과시하는등 모처럼 정치의

재미가 제공된 셈입니다.

▶이경숙=솔직히 말 잘하고 얼굴 잘 생긴 사람이 부각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으나 테크닉보다 이미지가 더 중요했다고 봅니다.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체적 이미지를 보게 되더군요.TV와 신문이 합동해 굉장한

시너지 효과를 냈습니다.

▶김영작=각 후보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정형화된 이미지 외에

후보들의 장단점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같습니다.

▶박원순=후보중에는 예상질문을 얻기 위해 개인적으로 오거나 전화를

걸어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이러한 질문을 해달라고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구요.아마 토론자들이 대부분 곤욕을 치렀을 겁니다.그러나 모른다고

잡아뗐죠.사실 매일 아침 모여 최종 질문을 조율하고 곧바로 토론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질문내용을 알기란 어려웠을 겁니다.

▶사회=그 때문에 중간에 토론자를 모두 교체한거 아닙니까.실제 몇분은

당일 새벽에 연락,교체하기도 했어요.그런데 일부 질문의 형평성을 제기하는

후보도 있더군요.왜 자신만 가혹하게 질문했느냐고요.

▶김민환=대선주자들의 상황이 모두 틀리다보니 질문내용이 모두 같을 수는

없죠.그동안 많이 노출된 후보가 있는가 하면 별로 알려지지 않고 그만큼

때묻지 않은 후보도 있고.그러나 개인적 의혹이나 루머에 대해 아픈 질문을

받는다면 당사자에겐 오히려 해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셈이죠.후보는 무대

위에서 태권도 대련 시범을 보이는 사람들이고 토론자들은 그 상대역일

뿐입니다.날카로운 공격을 잘 막아내야 점수가 올라가는 것이죠.어떤 후보는

까다로운 질문을 많이 해줘 고맙다고 하더군요.

▶사회=정보를 주려고 하는 후보와 이미지를 주려는 사람이 있는데

전체적인 이미지를 주려고 하는 사람이 이득을 봤다고 생각됩니다.

▶김영작=후보들이 자기 약점을 커버하는 전략을 가지고 나왔습니다.어려운

질문에 솔직해지려는 노력을 하는 모습도 보였구요.그러나 겉으론 솔직하게

해놓고 역시 자기변명에 그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자기논리로 국민을

설득하려고 하는 후보보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는 후보가 오히려 국민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됩니다.

▶박원순=변명형과 수용형중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말하고 수용한 사람이

더 덕을 봤을 겁니다.이번 기회에 약점이나 의혹부분이 다뤄지지 않은 후보는

오히려 해명하고 방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상실한 셈이죠.

▶사회=독자.시청자들로부터 정책과 비전에 대한 질문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가장 큰 이유는 출연한 정치인들이 아직은

예비후보이기 때문입니다.다음으로 현안이 워낙 압도적인 국민의

관심사여서 상대적으로 현안에 많은 시간이 할애될 수밖에 없었죠.

▶김영작=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한보.김현철씨 문제등은 이슈 자체의

중대성이 너무 커 그 문제에 대한 해법과 입장표명이 예비후보들에 대한

질문에 빠질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동시에 이들의 답변을 통해 질문 자체가

후보를 분석하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기도 했고요. ▶이경숙=일부 후보는

예컨대 여성정책의 경우 추상적으로 질문하면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고

구체적인 질문에는 '연구하겠다'등으로 대답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이런

토론회가 계속 이어진다니 다음엔 보다 심도있는 정책토론이

이뤄졌으면해요. ▶김영작=후보에 따라 정책.현안.신상분야별로 시간이

다르게 배분돼 공정하게 구성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예비후보 중에는 이미 자신의 신상문제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받은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박원순=시간 제약과

토론자들에게 질문이 고르게 배분돼야 한다는 한계 때문에 파고드는

후속질문이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또 사전 패널모임이 보다

밀도있게 준비됐더라면 더 깊이 있는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김영작=생중계 토론의 한계도 있었습니다.깊이 있는 후속질문도 독자와

시청자들의 요구고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질문을 이어가야하니 동시에

두가지 요구를 맞추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거죠. ▶사회=토론회가 워낙

호응이 크다보니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습니다.분장실에서'첫 질문만

가르쳐달라'고 사정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김민환=한보 청문회와 비교해'말은 독한데 말씨나 표정은 웃으면서

얘기하는게 좋았다''고함치는게 없어 좋았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김영작=미국 LA에까지 생중계되는 바람에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도

많았어요.까다로운 질문을 던지니까 잘한다는 격려도 있었으나

상대방에서는 이를 토론자의 정치적 입장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누구편이다'고 편가름하는 시각이 있는 것을 보고 정치권에

남아있는 음모적.피해의식 시각을 실감했습니다.

국민이 객관성 평가할것 ▶사회=비교적 토론회를 무난히 넘긴 쪽은 덜한데

잘못했다고 자평하는 쪽에선 더러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더군요.그러나 국민들이 모두 지켜봤을테니 객관성을 평가하리라

생각합니다.

▶박원순=어떤 후보진영에선 평소 제가 쓴 글.기고문들을 모두 구해

분석했다는 얘기를 듣고 혀를 내둘렀습니다.정말 민감하게 신경을

쓰더군요.제가 맡은 분이 아닌데 제보하겠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고요.부패방지법에 대한 견해를 꼭 묻고싶었는데 우선순위에서 밀려

못한게 개인적으론 아쉽습니다.

▶김영작=각 주자들의 관련 기사는 물론 문집을 사서 읽고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등 토론자들의 사전준비도 적잖았습니다.

▶김민환=이번에 출연한 후보들은 이제 다른 어떤 시험에도 자신감이

붙었을 거예요. ▶이경숙=여성 토론자들은 주최측에서 여성분야 질문만

준비하라고 하는 바람에 다른 분야는 준비하지 않았어요.그런데 토론회가

정치중심으로 이뤄져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질문기회가 적었고 그나마

핵심이슈가 아닌 것이라 좀 불만이었어요. ▶사회=처음 몇분에게 국제감각을

묻는 단문형 질문을 던지자 그후 후보들은 외국 총리이름 외우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그래서 질문에서 아예 빼버렸죠. ▶박원순=토론회는

수능시험을 본게 아니고 논문시험을 본 격입니다.주제를 외워서 답을

쓰기보다 토론을 통해 식견.소신을 들어보고자 했던 것인데 그런 점이 조금

약했습니다.복지예산의 수치를 알고자 했던게 아니고 마인드와 소신을

묻고자 했던 것인데 아쉬움이 있습니다.

▶김영작=앞으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정치토론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봅니다.특히 정책분야 토론이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이번 대선도

TV토론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아마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봐요.이제 백화점식의 질문 나열보다 여야간의 차이,후보간의 차이를 변별해

낼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이슈를 끌어내는 토론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박원순=우리는 미국의 공화당.민주당에서와 같은 정책대결이 전혀

없었죠.따라서 이념적이거나 정책적인 차별성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해요.

▶김영작=중앙일보와 MBC가 제도개혁에 앞서 실질적으로 선거공영제를

정착시키는 작업을 한 셈입니다.이제 언론은 대선을 앞두고 선도적으로

대선문화를 바꾸는 기능을 담당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현재 언론들이 몸체만 비대해져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습니다.이번 토론회는 언론이 공익을 위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의의도 있습니다.

▶김영작=이번 토론회는 신문이 얼마나 빨리 보도하느냐는'시간상

특종'보다'기획 특종'으로 공익성 측면에서 독자들은 특종을 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경숙=새로운 물꼬를 텄는데 이번으로 끝나지 말고 후속기획을 만들어

선거문화선진화에 기여하기 바랍니다.정책정당이 되도록 언론기관이

리드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이정민.채병건 기자

<패널리스트 좌담 참석자>

金珉煥 고려대 신방과교수

金榮作 국민대 정외과교수

朴元淳 참여연대 사무처장.변호사

李景淑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사회=金永熙 중앙일보 국제문제 대기자

<사진설명>

중앙일보와 문화방송이 공동주최했던'정치인과 시민대토론회'의 11일간을

결산하는 패널리스트들.왼쪽부터 김민환.김영작교수,이경숙대표,박원순

변호사,김영희 대기자.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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