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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환 임박 홍콩 금융시장 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불과 한달 보름 뒤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다.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돼 왔던 홍콩이 사회주의와의 병존이라는 시험무대에 올려지는 만큼 기대와 우려가 극명하게 교차하고 있다.특히 홍콩이 반환 뒤에도 국제금융센터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현지르포를 통해 싱가포르등 경쟁국의 움직임과 홍콩경제의 미래를 진단해 본다. 편집자

홍콩 중심가에 자리잡은 센트럴.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밀집돼 있는

이곳에선 요즘 한동안 잠잠하던 사무실 임대료가 들먹거리고 있다.주로

외국계및 중국계 은행들이 홍콩의 중국반환 이후를 겨냥,조직을 늘리면서

사무공간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의 금융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요.천만의 말씀입니다.앞으론

지금보다 더욱 활력넘치는 시장이 될 것이니 두고보십시오.” 한국투자신탁

홍콩사무소의 이성주 소장은 반환 후에도 홍콩이 아시아 금융센터로서

변함없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낙관한다.李소장은 그 근거로

올 한햇동안 외국인들이 1만가구 정도 홍콩으로 이주해 올것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금융기관 종사자들이라는 점을 꼽았다.

중국 반환이 코앞에 닥친 홍콩의 국제금융시장으로서의 위상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주변에 홍콩을 대체할 만한 시장이 마땅치

않은데다 중국정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 약속등으로 홍콩은 반환후

상당기간 지금과 마찬가지로 뉴욕.런던.도쿄와 함께 세계 4대금융시장으로

남아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동안 상당수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탈(脫)홍콩바람이 불면서'양다리

걸치기'정책을 펴왔던게 사실이었다.즉 주력 사업부는 홍콩에 잔류시키고

업무 일부를 싱가포르등지로 옮겼던 것.미국 케미컬 증권,자딘

플레밍,메릴린치등이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해지더니 올들어선 완전히

없어졌으며 오히려 홍콩을 등진 것을 후회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 현지관계자들의 관찰이다.

지난 4월28일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는 홍콩 장래에 희망을

던져주는 여론조사가 실렸다.이 조사에 따르면 홍콩경제 신뢰지수가

95년12월 73을 바닥으로 서서히 회복세를 타기 시작해 올 3월에는 93년6월

수준인 93으로 상승했고 정치 신뢰지수는 천안문사태가 터졌던 89년6월 이후

최고치인 94를 기록했다.

홍콩의 최대 라이벌로 인식돼 왔던 싱가포르에 대해 요즘은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급성장하고 있는 본토의 상하이(上海)나 대만이

홍콩의 대체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견해도 한때 있었으나 지금은 쑥

들어간 상태.영국 옥스퍼드대가 발간한 보고서는“상하이와 대만은 홍콩에

비해 열악한 인프라와 사회주의체제 때문에 최소 20~30년간은 적수가 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홍콩인의 절반 이상이 외화예금을

갖고 있고 홍콩증시의 5백28개 상장기업중 60%가 법인주소지를

버뮤다.케이맨 아일랜드등으로 옮겼다는 사실은'만약의 사태'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정부가 기업활동에 무작정 개입하리라고는 보지 않아요.문제는

중국기업들이에요.시장원리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관행이라든가 공무원들의

뇌물수수등 부패문화가 옮겨 붙으면 세계에서 가장 공정하고 자유롭다는

홍콩금융시장의 장점이 손상될 가능성이 큽니다.”한국은행 홍콩사무소

송규성 과장의 말이다.결국 홍콩은 싱가포르등 경쟁도시들의

추격과'중국화'과정에서의 부정적 요소등 안팎의 도전을 극복해내지 못하면

금융센터로서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콩=서명수 기자

<사진설명>

중국반환 이후 홍콩금융센터의 위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홍콩섬 중심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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