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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재무구조 개선 - 거품없애기 비지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재무구조가 나쁘면 한보나 삼미,진로처럼 된다''새 사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면서 우선 빚부터 갚아 군살을 빼야 살아남을 수 있다.' 요즘 한진그룹은 경영 조기경보시스템이란 것을 가동중이다.재무구조를 나쁘게 할만한 환율변동등 사안이 발견되면 컴퓨터 상황판에 노란불이나 빨간불로 표시를 해 임직원들에게 미리 경보를 내보낸다.

비행기를 구매할 때는 예전처럼 새로 사기보다 임차방식을 주로 쓰게 했다.금호그룹도 신규사업을 할 때는 재무팀에서 수익성 위주의 강력한 투자분석 절차부터 먼저 거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재무구조개선 움직임은 대그룹뿐만 아니라 사업확장에 바빴던 일부 중견그룹에까지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지금처럼 재무구조가 계속 나빠지면(그림 참조)대외신용도가 더 떨어져 국내외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뿐 아니라 자금경색은 물론 부도사태까지 맞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금사정이 특히 어려운 그룹들은 부동산매각.계열사 정리등 과감한 방법으로 부채를 갚아나가고 있다.

그런대로 재무구조가 견실한 그룹도▶구조조정▶불요불급한 자산 매각▶부실채권 회수강화▶경비절감 등으로 금융비용 절감과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그룹총수들이 직접 이를 강도높게 챙겨 가속도가 붙는 상황이다.

“재무구조가 나쁜 계열사의 경영진은 엄중문책하겠다”(金宇中 대우그룹 회장),“대외신용도를 높이기위해 각사의 재무구조를 건실히 하고 회계제도를 선진화하라”(鄭夢九 현대그룹 회장),“올해부터 현금 흐름을 가장 중요하게 챙기겠다”(具本茂 LG그룹 회장)-. 현대그룹은 鄭회장이 올해초 사장단회의에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최근 각 계열사에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에따라 주요 계열사는▶기업공개▶자산재평가▶증자▶매출채권의 할인을 통한 부채상환 등의 방안을 강구중이다.현대전자는 올해말이나 내년초 미국현지법인인 심비오스를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해외직접금융 조달비중을 높여 금융비용을 줄여간다는 전략이다.또 유휴자산 처분,채권 재고감축,미수금 조기정리 등도 꾸준히 추진할 예정이다.

LG그룹은 그룹내 현금흐름의 이상징후등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중에 있으며 지속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LG전자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지난해 LG정보통신 주식을 대량 팔았다.

또 재고를 줄이고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우그룹은 지난달부터 실시중인 '제2관리혁명'을 통해 재무관리지표에 대한 통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개인당 매출액은 물론 계열사별 당기순이익률을 수시로 평가해 임직원들의 고과자료로 활용할 계획.이자가 비싼 채무의 비중을 줄이고 대우기전등 미공개기업들의 조기상장을 통해 신규자금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선경그룹은 기업공개를 통해 자기자금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6월 SKC,7월 유공가스를 상장키로 했다.또 매출채권의 조기회수에 나서기로 했다.

그룹 부채비율이 지난해말 현재 4백78%인 아남은 내달초 구체적인 재무구조개선 방안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아남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포항의 운반업체인 아신을 폐쇄한데 이어 속초의 한용양회도 곧 아남건설과 합병하는등 계열사를 24개에서 14개 정도로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중견그룹중에서는 지금까지 사업을 주로 키워왔던 거평.신원.신호.나산그룹등이 군살빼기에 나섰다.거평은 코손화학을 올해안에 포스코켐에 합병해 계열사 수를 줄이고,신원은 레저단지 개발을 목적으로 지난 90년 세웠던 신원랜드를 법인청산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나산은 나래이동통신 보유주식을 매각했고,신호는 비업무용 부동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박의준.홍병기.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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