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판 ‘산티아고 가는 길’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신라시대 승려로 불교 대중화에 공헌한 원효대사의 순례길이 관광상품으로 만들어진다. 유엔특별기구인 세계관광기구 스텝재단(UNWTO ST-EP)·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는 12일 오후 경주 보문단지 내 신라밀레니엄파크에서 ‘원효대사 순례길 관광상품화 론칭 행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백상승 경주시장, 프란지 알리 세계관광기구 사무총장과 각국 주한대사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 뒤에는 관광상품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외국인들은 13일 오전 경주 골굴사·기림사에서 선무도·차 시음 등을 체험한다.

이 사업은 원효대사가 당나라에 갈 때 거쳐간 경주에서 평택까지의 순례길을 ‘원효 트레일(Trail)’로 개발해 2011년까지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순례 여행에 관광과 웰빙의 개념을 합친 것이다. 20개 시·군 470개의 사찰을 연결해 그 거리가 697㎞에 이른다.

관광객들은 이 코스를 따라가며 템플 스테이를 하고 참선·불교무술 등을 경험하는 원효수행을 하게 된다. 또 자생약초와 한방원리를 이용한 심신치료, 사찰음식·차·한정식을 먹는 웰빙 음식기행, 전통 문화·한류음악·서예 등을 체험하게 된다.

스텝재단 한보화 사무국장은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이 최근 서양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데다 세계적으로 종교순례 여행이 각광받고 있어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산티아고 가는 길』이 나오면서 프랑스·스페인 국경지대인 생장 피드포르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부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의 순례길을 찾은 관광객이 2007년 한 해 11만4000명을 넘어섰는데 이를 능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과거 보고 즐기는 여행에서 탈피해 걷고 사색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현대 여행의 추세를 반영해 관광상품을 발굴하려는 시도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의 모티브는 14세기 영국의 제프리 초서가 집필한 ‘켄터베리 이야기’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런던에서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를 떠난 중세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14세기 영국의 생활상·풍속을 반영한 중세 걸작으로, 영화·오페라·다큐멘터리 등으로 제작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바 있다.

경북도 관광마케팅사업단 정진우씨는 “순례 경로를 따라 한국의 사찰·문화를 체험하면서 한국인의 정서를 느끼고 신체단련 등을 할 수 있는 웰빙 관광상품이어서 한국의 대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텝재단은 원효대사의 순례길을 이동하며 수집한 이야기와 기행문을 엮어 책으로 낼 계획이다. 다큐멘터리·영화·드라마를 제작하도록 유도하고 ‘세계 순례 트레일 웹사이트’도 제작해 관광객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황선윤 기자

◆원효대사=신라 진평왕 617년에 경북 경산에서 태어나 황룡사에서 승려가 된 뒤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유학 가던 중 해골에 괸 물을 달게 마신 뒤 ‘모든 깨달음은 마음속에 있다’고 깨닫고 평택 일대(추정)에서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한때 파계해 신라를 통일한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딸로 알려진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설총을 낳기도 했으나 ‘무애가’를 지어 부르며 백성 속에 파고들어 불교를 전파했다. 40여 권의 저술을 남겼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