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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는 사업을 좋아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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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08년 한 해 동안 1억1700만 달러(약 1500억원)를 벌어들였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절반만 마쳤는데도 수입이 이 정도다. 이 가운데 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773만 달러. 수입 중 상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광고판으로 불리는 우즈야 그렇다 치고, 현역에서 은퇴한 ‘원조 황제’ 아널드 파머(80)와 ‘황금 곰’ 잭 니클로스(69)도 지난해 3000만 달러(약 388억원)와 2200만 달러(약 285억원)를 벌어들여 각각 골프선수 수입 랭킹 4위와 8위에 올랐다. ‘백상어’ 그레그 노먼(54)도 수입만 놓고 보면 현역 정상급 프로 못지않다. 노먼이 지난해 벌어들인 상금은 105만 달러. 반면 골프 이외의 부문에서 챙긴 돈이 2500만 달러나 됐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린 걸까.

80세 노인 파머는 스포츠 비즈니스계의 신화다. 커다란 우산이 그려진 로고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아널드 파머의 대명사가 됐다. 그의 사업을 들여다보자. 아널드 파머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인 그는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을 비롯한 3개의 명문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또 1972년 아널드 파머 디자인 컴퍼니(APDC)를 설립한 뒤 지금까지 골프장 설계에 관여하고 있다. 2005년엔 그의 이름을 붙인 고급 와인을 출시하더니 캘리포니아주에는 레스토랑까지 열었다. 이뿐인가. ‘아널드 파머(레모네이드와 아이스티를 절반씩 섞은 것)’는 미국인이 즐겨 마시는 음료수다.

니클로스도 최근 사업가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파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젊은 시절 골프 사업 이외에 유전 개발 등에도 손을 댔다가 쫄딱 망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 이후엔 철저히 골프 관련 사업에 집중하면서 돈방석에 올라앉았다. 지난해엔 국내 골프장 설계를 맡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인천을 방문하기도 했다. 황금 곰이 그려진 골프 의류는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다.

테니스 스타 크리스 에버트와 재혼해 화제를 뿌린 노먼도 사업가로 성공한 경우다. 그 역시 코스 설계는 물론 패션과 와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호주에 부동산 개발회사를 설립했고, 와인 사업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 밸리의 와이너리를 구입하기도 했다. 시가 5000만 달러짜리 걸프스트림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국내 골프 스타들도 서서히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경주 선수는 부인과 함께 골프 장비를 수입·판매하고 있고, 박세리도 언니와 함께 골프 패션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유독 골프 스타들이 비즈니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뭘까. 젊은 시절부터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탄탄한 인맥을 쌓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골프 경기가 비즈니스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자신과 싸워야 하는 고독한 스포츠다. 결단력과 집중력을 갖춰야 한다. 상대 선수와의 기싸움·감정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배짱도 필요하다. 수많은 벙커와 해저드도 피해 가야 한다. 이런 게 바로 골프 스타와 최고경영자들이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는 덕목이 아닐까.

중앙Sunday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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