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우리들그들>세계적 지도자 아들들의 험난한 솔선수범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구린내가 진동한다.국정 농단과 비리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대통령의 아들 때문이다.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즉 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를 망각한 일련의 작태들은 국민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이럴때 영원한 교사인 역사속으로 시간여행을 하자.본분을 지킨 국가 지도자의 아들들이 일궈낸 아름답고 비장한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기운을 차려보자.비록 외국 이야기들이지만.

#1.남보다 더 혹독한 대우를 감수한 아들 이야기.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장남 야코프 주가시빌리(스탈린의 원래 성).스탈린과 1904년 결혼한

첫 부인 예카테리나 스바니드제 사이에서 1907년 태어남.41년 독일침공 직후

포병 소위로 최전방 근무중 포로가 됨. 독일군 고위 정보장교와 교환하자는

제의를 받은 스탈린은 일언지하에 거절.소련 당국은 장병들의 사기를

고려,야코프의 처 율리아를 감옥에 가뒀다.

스탈린은 야코프가 적에게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에야

며느리를 풀어줬다.야코프는 43년 용감하게 수용소를 탈출하다 전사했으나

훈장은커녕 무덤조차 남기지 못했다.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아들 존.52년 11월21일 대통령 당선자 자격으로

아버지가 방한했을때 존 소령은 3사단 작전차장으로 근무.하지만 보안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 아버지를 지척에 두고도 부자의 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아들 4명.모두 2차대전에 지원.참전했는데 특혜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 전원 전방근무를 자원했다.

#2.앞장서 희생당한 아들 이야기. 마오쩌둥(毛澤東)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6.25당시 중공군 사령관이던 펑더화이(彭德懷)의 참모겸

러시아어 통역으로 자원참전했다 50년 10월25일 30세의 나이에 미군

폭격으로 사망. 폭격 전날 평북 대유동의 중공군 사령부가 미군기에 노출되자

참모들은 사령관에게 동굴로 피신할 것을 건의했다.彭사령관은 이를

거부했고 당직을 맡은 안잉은 자리를 지키다 화를 당했다.전사 1주일전

선봉부대인 38군의 량싱추(梁興初)사령관과 마주치자 최전방 전선근무를

신청했던 일화도 감동적이다.

10세때 어머니 양카이후이(楊開慧)와 함께 국민당에 체포됐다 어머니가

총살당한후 풀려나는등 고생을 많이해 毛가 특히 사랑했던 아들이었다.20대

모스크바 유학땐 소련군에 입대,베를린 전투에 참전하기도 했다.

안잉의 시신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건의가 들어오자 毛는 말했다.“누구든

특별대우는 안된다.”그래서 안잉은 지금 평남 회창군(檜倉郡)에 있는

혁명능원의 일반 묘원에 묻혀있다.

#3.능력이 있어도 겸허했던 아들의 이야기. 미국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아들 존 퀸시 애덤스.하버드대를 마치고 23세에 변호사 시험 합격.5개국어에

능통. 그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게 발탁돼 27세때 주 뉴질랜드 공사에

임명됐는데 아버지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특혜시비를 우려,모든 공직에서

사퇴했다.하지만 각료들은 강국으로 떠오르던 프로이센에 보낼 외교관으로

존 퀸시를 추천했다.그러나 부자가 모두 완강히 거부해 급기야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까지 나서 설득한 끝에 간신히 승낙을 받아냈다.

독일의 통일 총리 헬무트 콜의 장남 발터.독일에서 군복무를 마친후

하버드대에 유학.아버지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뉴욕의 모건 스탠리은행에

근무중.이 유능한 아들은 96년초 뉴욕에서 열린 결혼식을 부모없이 치렀다.

물론 군납로비를 하다 창피당하고 실업자로 전락한 레이건의 아들 마이클등

역사의 반면교사도 적지않다.하지만 역사는 지도자의 아들.딸들이 고된

의무를 마다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채인택 기자

사소한 충격 하나-이삿짐을 옮기는 영국의 신임 토니 블레어총리의 딸 캐서린과 두 아들 유안.니컬러스(사진).침대.옷가지.인형.컴퓨터.자전거.기타와 앰프….상자속에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 있을 터. 총리관저에 관하여-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는 다섯식구용으론 좁다.그래서 재무장관 관저 11번지 집으로 옮긴다.독신으로 지내던 재무장관은 10번지로 가고. 한통의 편지-아직 나이 어린 세 아이에겐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소중합니다.등.하교 길에서의 기자들 취재를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이런 편지를 보내는 마음 이해하실 줄로 압니다.블레어 올림. 표절 단상-블레어는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해 바람을 일으켰다는 일침.베끼기에는 우리도 일가견이 있다.대중문화에서 교수들 논문까지.블레어를 표절하는 우리 정치인이 있다면,박수갈채 짝짝짝. 첨언-지도력은 집의 크기가 아닌 머리와 가슴의 부피에서 나온다.껍데기는 가라,그리고 거인도 가라.영국병? 남미(南美)꼴? 웃기지 마시라.우리는 지금 깊은 수렁이다.어디 작고 아름다운 영웅은 없는지. 허의도 기자

<사진설명>

독.소전(獨蘇戰) 개전초 최전방에서 독일군에게 생포된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

주가시빌리 소위(가운데 모자안쓴 사람).당시 국가지도자 아들의 희생은

지도층과 국민의 일체화와 사기 진작에 많은 도움이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