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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판막증 시골 소년’ 강승규, 마라톤 풀코스 뛰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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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10면

충남 예산에서 천안북일고로 유학 온 시골 소년은 곧잘 양호실 신세를 졌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며 계단을 올라가다 쓰러지기까지 했다. 병원에선 심장판막증을 의심했다. 별다른 치료를 하기 어려웠던 소년은 그 후 심장이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지냈다.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조금 심하게 움직이면 가슴 부위가 뜨끔거리는 것 같았다. 2004년 소년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심장 약한’ 소년이 계단에서 쓰러진 지 24년 만이었다. 한나라당 강승규(46) 의원 얘기다.

“청계천 복원 공사 때 반대가 무척 심했잖아요. 시민을 대상으로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나 고심이 많았어요.”

서울시 홍보기획관 때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청계천 복원 사업이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유인촌 당시 서울문화재단 대표가 마라톤 마케팅을 제안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 남산에서 1시간 정도 10㎞ 마라톤을 뛰며 청계천 복원 사업을 홍보하자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흔쾌히 찬성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심장이 버텨 줄까.

첫날은 6㎞를 겨우 뛰었다. 한동안은 뛰고 나면 푹 쓰러졌다. “그래도 매주 계속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을 반드시 이해시켜야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심장 콤플렉스’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뛰지 않았을 겁니다.”

2004년 11월엔 중앙마라톤 풀코스를 5시간17분 만에 완주했다. “33㎞쯤 뛰니까 다리가 안 움직이더라고요. 원래 초보자가 풀코스를 뛰려면 2~3년은 준비해야 한대요. 깡으로 뛴 거지(웃음).”

지난해 이명박 대선 캠프 홍보를 담당하면서 ‘한반도 대운하 알리기’에 다시 심장을 혹사했다. 이번에는 자전거였다. 추석 때 부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4박5일간 이재오 전 의원 등과 자전거를 타고 운하를 알렸다. 하루에 110~150㎞, 총 568㎞였다. 11월 초에도 영산강 하구언부터 대전까지 이틀간 243㎞를 ‘자전거 홍보’에 나섰다. 심장은 버텨 줬지만 무릎 연골이 비명을 질렀다. 최근에야 완쾌됐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자전거는 그가 서울 마포갑에서 현역 의원(민주당 노웅래 전 의원)을 물리치고 당선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자전거 타고 유세하는 초선 도전자’의 신선한 이미지가 표심을 자극했다고 한다.

‘난 평생 운동은 못 하겠구나’라며 주눅 들었던 시골 소년은 이제 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마치고 정치 트랙을 달리고 있다. 강 의원은 ‘길과 소통, 미디어’가 청계천 이후 삶의 화두가 됐다고 했다. “청계천도 길, 운하도 길, 인터넷도 길이죠. 제가 지금까지 해 온 홍보는 미디어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일이었고요. 지금도 문방위 소속 의원으로 같은 맥락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이라는 미디어, 자전거라는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길을 내고 소통을 했는데 이제는 4대 강 정비사업에 대해 소통하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심장 약한 소년’의 그림자는 이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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