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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 미국 책임 정치학회 심포지엄서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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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5.18광주항쟁 기념일을 앞두고 당시 미국의 책임문제가 다시 논란을 불렀다.5.18기념재단(이사장 이기홍)주최,한국정치학회(회장 최상용)주관으로 8일 오전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5.18학술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 이삼성 교수와 미국 브리검 영대의 마크 피터슨 교수가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피터슨 교수는“한국 민주주의의 수호는 한국인의 책임이며 미국에 5.18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대사와 위컴 대장의 문제발언들은'실수'이며 이들은 카터행정부의 등장으로 퇴임해야 할,영향력을 상실한 인물들이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특히 위컴 대장의'들쥐들'이라는 표현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 오해였다고 주장했다.미국과 북유럽에서 문제의'레밍'은 맹목적으로 힘센 자를 따르는 토끼에 가까운 동물로'들쥐'와는 다른 의미라는 것.원래 의미대로 해석하면 한국 군부가 신속하게 전두환이란 인물로 몰려들고 있는 사실을 비판한 것이라는게 피터슨 교수의 주장. 이에 대해 이삼성 교수는“미국이 단순한 손님이고 구경꾼으로 관망자적 입장에 있었다는 논리는 잘못된 것”이라며“미국은 한반도의 정치적 운명에 일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고 이를 행사한 참여자였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분명한 이유는'군부쿠데타 세력과 협력했던 점'이라고 주장한 이 교수는 20사단의 광주투입과 관련,미국이 한국 군부로부터 통보받고 이를 승인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 교수는 79년 여름 이후 한-미관계 정상화를 분석하면서 카터행정부가 인권외교라는 자유주의적 슬로건을 내걸고 있었지만 지역적.시간적 편차를 보였다고 주장했다.즉 미국의 군사전략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개입돼 있지 않은 남미국가들에는 무기금수조치와 같은 강력한 인권기준외교를 적용했지만 한국.이란과 같이 안보전략적 이해관계가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역에서는 피상적인데 그쳤다는 것. 그밖에 12.12가 쿠데타가 아니라 군부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는 홀브룩 차관보의 전문과 5.18전후 미국의 군사행동등 일련의 과정을 세밀히 분석한 이 교수는 당시 미국외교를'산발적인 인권외교'와 함께'권위주의와의 밀월'이 공존하는 비대칭성을 보인 것으로 규정했다.그는“이러한 비대칭성이 5.18과 같은 비극에서 미국을 참여자와 협력자로 만드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민주항쟁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고려대 최장집 교수(정외과)는“광주민주항쟁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거대한 사건으로 한국 현대사의 전개와 한국민주주의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전제하고“광주항쟁은 87년 6월 민주화투쟁과 이후 김영삼(金泳三)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지역문제화하려는 논리를 배격하고 한국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정립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17년전 5.18광주민주화운동에서의 미국 책임문제가 8일 한국정치학회 주관으로 열린 기념심포지엄에서 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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