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이라크전 쏟아부은 돈·돈·돈 아프리카 원조에 썼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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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바마의 과제:3조 달러의 행방
조셉 스티글리츠 외 지음, 서정민 옮김
전략과문화, 371쪽, 1만8000원

우선 오해하지 말 일이다. 곧 들어설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방향이나 우선순위를 조망한 책이 아니다. 국가지도자의 잘못된 선택이 온 국민을, 나아가 전세계를 얼마나 수렁에 빠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원제가 ‘3조 달러:이라크전쟁의 진짜 비용’이라면 짐작이 갈 터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조셉 스티글리츠)와 하버드 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린다 빌메스)인 지은이들은 이라크 전쟁의 비용 3조 달러에 달한다며 그 경제적 사회적 폐해를 지적한다. 우선 부시 행정부는 전비를 과소추산했다. 대통령경제고문이자 국가경제위원회(NEC)의장이었던 래리 린제이는 이라크 침공 직전 전비가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주장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이마저도 “실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미국은 6340억 달러를 이라크에 투입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 초기 언급한 것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지은이들은 우선 미군과 민간 군도급업체의 인건비, 연료비, 군비 재정비가 올라 공식 전비가 크게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실제 총비용은 정부 공식집계를 훨씬 웃돈다. 계산되지 않은 비용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국방부는 전사보상금으로 50만 달러를 책정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교통사고로 죽은 젊은이의 가치를 최대 700만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이 계산법을 이라크에서 사망한 4000여 명의 군인에 적용하면 이것만으로 약 280억 달러가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자답게 지은이들은 이처럼 전쟁 후 병사들의 장기 치료비 등을 계산하는 ‘발생주의 회계방식’을 써서 전비가 3조 달러나 들었음을 숫자로 보여준다. 아울러 이를 보다 건설적인 데 썼다면 미국은 물론 제3세계의 국민들을 훨씬 행복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테면 1조 달러면 주립대학의 4300만 학생에게 4년간 장학금을 줄 수 있단다. 또 이라크 전쟁에 열흘 간 들어가는 비용이면 아프리카에 50억 달러를 원조할 수 있고 이는 반미감정을 누그려뜨려 미국이 ‘사랑받는 나라’로 인식되었을 것이라 한다.

사실 우리 피부에 와닿는 분석은 따로 있다. 이라크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올라 미국을 제외한 유럽· 일본· 한국 등 석유수입국들만 해도 3540억 달러를 추가 부담해야 했다. 반면 추가 수익을 얻은 산유국들은 실물경제에 투자하는 대신 상당부분을 장래에 대비해 따로 비축하는 바람에 이 유동자산이 세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 됐다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요즘의 국제정치와 세계경제에 대한 유용한 이해의 틀을 제공하는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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