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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2차 장성급 회담] '서해 충돌 방지' 원칙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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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제2차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이 열린 3일 북측 대표단 수행원들이 탄 차량 안에서 카메라기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이동 도중에 비디오를 찍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3일 설악산국립공원 내 켄싱턴스타스호텔에서 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그러나 북한이 서해상에서의 무력 충돌 방지에는 공감하면서도 NLL을 명확히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하루로 예정된 회담은 4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등 진통을 겪었다.

북측은 이날 1차회담에서 남측이 제시한 ▶서해 함대사 간 직통전화 설치 ▶남북 경비함 간 공용주파수 설정 ▶경비함 간 시각신호 제정 ▶불법 어로활동 단속과 정보 교환 등의 서해 충돌 방지 합의안에 대해 "서해상에서 남북 함정이 부닥치지 않도록 통제한다"는 내용의 수정 합의안을 제시했다. 북한은 이날 회담 초에는 "서해 우발 충돌 방지 방안에 공감하지만, 계선(새 해상 경계선) 설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측 대표단 관계자는 "북측은 수정안에서 NLL을 인정치 않겠다는 직설적인 구절을 삭제했지만, 전체적인 문맥상 서해 경계선을 분명히 거론치 않아 NLL을 인정치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시켰다"고 밝혔다.

남측은 반면 "남북 당국이 서해상에서 통제해 왔던 기존의 관할구역을 경계선으로 설정한다"는 구절을 무력충돌 방지 합의문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

남측은 이와 함께 북측이 서해 충돌 방지 방안에 합의할 경우 북측이 지난 1차 회담 때 제시했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확성기 방송과 선전 구호판 제거 문제를 북측과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측 대표단 관계자는 "회담이 처음 시작됐을 때보다 조금씩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일부 있음을 시사했다.

문성묵 남측 대표단 실무대표(대령)는 "우리 측은 서해 우발 충돌 방지를 위한 네 가지 방안을 꽃게 성어기가 지나가기 전에 합의해 오는 6월 15일부터 시행할 것을 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오전 협상에서 "서해상에서 무력 충돌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는 동감했지만, 쌍방 경비함정 간의 충돌을 야기하는 근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중요함을 주장했다"고 문 실무대표는 덧붙였다.

오전 전체회의에서 남측 박정화 수석대표(준장)는 "남북이 신뢰 구축을 위해 오랜 시간을 끌어왔는데 오늘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으며,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단장은 "우리 측도 같다"고 밝혔다.

속초=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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