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별 학습 안하면 우수 학생 다 놓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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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학교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향에서 평가를 시행한다. 하지만 면피용, 겉핥기 평가는 안 한다."

지난 2월 '얻어맞더라도' 교사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했던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3일 교원평가를 비롯한 '공교육 살리기'구상을 밝혔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다. 그는 이날 작심한 듯 "올해 안에 안을 만들겠다"고 말을 꺼냈다.

현재 교원평가 방안은 안도 만들어지지 못한 실정이다. 지난달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원평가를 비롯한 교직 발전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하려다 전교조가 행사 자체를 막아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됐다. 전교조가 도입을 주장하는 교장선출보직제를 시행하려는 의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 부총리는 평가의 방향을 "(교사를) 통제하거나 경쟁시키는 게 아니라 자기계발을 유도한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평가라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능력 있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려는 구상도 밝혔다.

안 부총리는 "평준화지역에서는 학교 간에 좀 더 잘 해보기 위한 내적인 경쟁이 없어진다"며 "학생들이 (학교를) 지망하고, 추첨을 하게 하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선호하는 학교는 잘 가르치는 학교 아니겠느냐. 평준화 체제 안에서도 얼마든지 경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 지원, 후 추첨 배정'을 확대해 평준화 체제의 역동성을 높여주려는 의도를 학부모들에게 설명했다. 한발짝 더 나아가 "외국도 평준화가 대부분이지만 우리와 다르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는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눠 가르치지 않는다. 부진한 학생은 건성건성 따라간다. 월등한 학생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다 다 놓친다"고 역설했다.

원격영상을 통해 안 부총리의 특강을 지켜보던 학부모들은 특히 "EBS 수능 강의가 수능 시험에 얼마만큼 반영되느냐"는 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수능과 EBS 강의를 연계한다는) 약속을 했고, 그것을 지키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교육적으로 연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교육적이라는 말의 의미에 대해 "EBS 강의 내용을 그대로 내는 일은 비교육적"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한 학생이면 수능 준비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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