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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매입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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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채권시장에 회사채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미루면서 회사채 발행은 줄고 있는 데다 저금리 여파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끊임없이 회사채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신용도가 높은 A급 회사채는 물론이고 BBB+등급 회사채까지 물량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 여파로 2일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4.18%)로 떨어졌다.

회사채 품귀 현상은 저축은행이나 신용협동조합 등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회사의 자금 운용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가 그동안 은행권보다 1~2%포인트 높은 이자를 줄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BBB+등급의 회사채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만 수요가 집중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LG카드 사태 이후 올 1월까지 위축됐던 BBB급 회사채 시장이 BBB+등급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해졌다. 지난 1월 300억원에 불과하던 발행 규모는 2월 이후 수요가 늘면서 발행량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회사채의 공급이 늘어나면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 금리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되레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투운용 권혁상 펀드매니저는 "BBB급 회사채 구하기는 정말 힘들다"면서 "대한항공 회사채도 BBB등급일 만큼 의외로 안전한 투자"라고 말했다. 권씨가 운용중인 1조2500억원 규모의 '클래스원 장기채권펀드'의 BBB 회사채 비율은 8%에 달한다. 수익률도 지난해 11월 이후 연8.21%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BBB+등급의 수요가 늘면서 A등급과 BBB+등급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올 들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투자 등급 가운데 신용도가 가장 낮은 BBB-의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투자부적격 등급인 BBB-의 금리는 지난 2월 6일 10.11%에 달했으나 이달 2일에는 9.39%까지 내려와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발행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적은 이자를 주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2월 이후에는 발행량도 많아지고 있다. 신영증권 오재준 연구원은 "BBB등급의 수요도 늘고 있지만 현재로선 BBB+ 이상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금리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면 BBB-를 찾는 수요도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발행 물량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매물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한투자신탁운용 채권영업팀 권용범 과장은 "BBB+등급은 투자수익률이 높다 보니 채권 보유자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A급 이상 회사채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금융상품운용팀 김병철 상무는 "기업이 설비투자를 안하고 공장을 짓지 않으니 자금 수요가 없어 회사채 발행을 안 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들은 수출 호황으로 현금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다 경기 회복이 여전히 불투명함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자금시장의 채권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정원석 채권운용본부장은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개인들은 담보 대출 상환에 나서고, 신용위험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면서 은행에 자금이 넘쳐 저금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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