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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문화>3. 두 얼굴의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내부적으로는 외국인을 박대하고 귀화냐,귀국이냐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국제화.현지화를 열심히 부르짖는 일본의 문화적 2중성은 음식문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귀화정책의 산물로 탄생한 것이 경양식이다.그들은 서양음식을 들여와 맛과 이름을 일본풍으로 바꾼후 아예 국적을 바꿨다.돈까스.비후까스.생선까스가 대표적이다.

돈까스는 돼지 돈(豚)에다 커트릿(cutlet:얇게 저민 고기)을 합친 말이다.독일.오스트리아.체코 등지에서 즐겨 먹는 빈식 돼지고기 슈니첼(Wiener Schwein Schnitzel)에 일본식 간장.물엿소스가 곁들여지면서 경양식이 됐다.비후는 쇠고기를 뜻하는 영어단어 비프(beef)의 일본식 발음으로 비후까스는 돈까스의 쇠고기 판이다.

생선까스도 영국인들이 잘 먹는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의 일본식 개량형.영국에서는 뼈를 뺀 통생선에 밀가루 옷을 입혀 튀긴후 감자튀김과 함께 내는 음식이던 것이 일본에 와서 감자튀김이 빠지고 생선살을 작게 포를 뜬 다음 튀기는 식으로 바뀌었다.역시'까스'항렬을 딴 이름으로 귀화음식이 됐다.

한국음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한국에서 받아들인 음식중 그들 입맛에 맞고 자주 먹는 것은 예외없이 일본화해버린다.오래전에 들어간 불고기(야키니쿠).곱창(호르몽)등이 대표적인 예.최근 들어서는 김치도 마찬가지다.일본에서 김치란 한국에서 담가 일본에 수출한 것만을 따로 일컫는 말이다.자기네들이 만든 김치는 반드시 기무치라 부른다.그들은 김치와 함께 용어까지 수출하고 있다.영국의 영어사전들은 고심끝에 김치와 기무치 모두를 사전에 싣기로 했다.

일본음식이 외국에 나갈 때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철저히 현지화.국제화.문화융합으로 승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 음식점은 대영박물관 근처에 있는'와카마마'.지하에 1백평 규모로 자리잡은 이 식당은 항상 길가까지 손님이 줄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문제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이 식당의 메뉴가 일본음식이 아니라는 점이다.서구인들이 가장 즐기는 중국음식 차수이면(차수이 소스에 야채를 볶아 얹은 면)을 일본식 라면에 적용한 것과 서구인 취향의 육류 석쇠구이를 면에다 얹은 음식등현지 입맛에 맞춘 것들 일색이다.교자(군만두).프라이드 누들(볶음면).차항(볶음밥).라멘(웃기를 많이 얹은 생라면)등 일본풍 음식도 서구식으로 개량해 내놓고 있다.아사히 맥주를 빼고는 철저히 현지화한 메뉴인데도 영국인들은 이들을 일본음식이라고 믿고있다.

이 사업을 본떠 런던 거주 일본인들이 홍콩인들과 손잡고'컬추럴 레벌루션'이라는 국제화 음식체인사업을 시작했다.

일본식당들은'아시아 음식문화 융합형'메뉴도 내놓고 있다.

런던의 중산층 주택가인 사우스켄싱턴 지역에 지난해 9월 들어선 일본식당'리틀 재팬'의 추천메뉴 1호는'기무치와 돼지고기'.'중국식 춘권'의 세트였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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