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요금엔 부가세 시티폰은 면제 신상품 課稅 들쭉날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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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하루가 다르게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야 할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세무당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시판되고 있는 시티폰에 대한 부가세 부과여부가 대표적인 예. 전화를 걸 수만 있고 수신이 불가능한 시티폰이 등장한 후,시티폰 이용요금이 부가가치세 과세대상인지 여부를 해당 업체들이 물어왔으나 국세청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것. 현재 일반전화나 무선전화 이용요금에는 부가세가 안붙는다.국가가 설치.운영하는 통신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선호출(삐삐) 서비스에는 부가세가 붙는다.기존 통신망에 변형을 가해 또다른 응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티폰.기존 전화서비스에 변화를 줬다는 점으로 보면 삐삐처럼 이용요금에 부가세를 물리는게 맞지만 무선전화와의 형평성을 생각하면 과세하기가 모호했던 것. 논란 끝에 국세청은 시티폰 이용요금에 부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날 달걀과 삶은 달걀도 비슷한 사례.농민 지원을 위해 날 달걀에는 부가세를 안물리고 있는데 삶은 달걀을 파는 24시간 편의점등이 늘어나자,달걀을 삶아 팔 경우 어떻게 하느냐가 논란이 됐다.국세청의 유권해석은'삶는 과정'에 부가가치가 들어간 것으로 봐 세금을 물린다는 것이었다.

새 업종이 계속 등장하는 것도 세무당국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서바이벌 게임.피부관리 전문점.해수(海水)탕.비디오방.이벤트 전문업등이 이런 예.예컨대 해수탕의 경우 어떤 세무서는 일반사우나로 분류하고 어떤 세무서는 대중탕에 넣는등 제각각 이었던 것. 국세청 관계자는“올해 15개 신규업종의 표준소득률을 새로 정했지만 해마다 듣도 보도 못한 새 업종이 등장해 세태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특별소비세는 과세 의미가 퇴색된 예다.당초 특소세는 과소비나 외제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세제였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신상품이 나오면서 과세기준이 뒤죽박죽이 됐다.예컨대 TV나 냉장고등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품목에는 특소세를 물리면서 핸드폰이나 무선호출기등에는 과세하지 않고 있는 것.재정경제원 관계자는“특소세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며“외국처럼 부가세율을 여러단계로 나눠 특소세를 통합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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