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내 새끼들
김 감독은 7일 서울 목동에 있는 구단 사무실에서 이장석 구단 대표와 새해 인사를 나눴다. “올해는 잘해 보자”며 손을 맞잡고 웃었지만, 둘은 1년 전만 해도 불편한 사이였다. 김 감독은 1998년부터 9년간 현대 투수코치를 지낸 뒤 2007년 감독에 취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현대가 문을 닫고 히어로즈를 창단하자 이 대표는 비교적 높은 연봉(2억원)을 받던 김 감독을 내쳤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으로 일하며 히어로즈의 126경기 중 49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나 자르고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오기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해지더라. ‘저 녀석 더 잘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겨야 하는데’라며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히어로즈는 2008시즌을 7위로 마감했다. 김 감독은 이 대표로부터 “다시 팀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다른 구단으로부터 감독직을 약속받은 터였지만 미련 없이 히어로즈를 택했다. 김 감독은 “날 버린 팀에 다시 들어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미쳤다고 하더라. 그래도 어쩌겠나. 내 새끼들이 여기에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패를 하더라도 내 손때가 묻은 선수들과 승부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능보다는 땀 흘리는 선수를 중용
프로에선 “독한 감독이 장수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김응용 삼성 사장과 김성근 SK 감독이 그랬다. 선동열 삼성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도 기본적으로 강한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르다. 김 감독은 “나는 감독으로서 아직 초보다. 권위와 카리스마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 선수들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내 색깔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을 포퓰리즘으로 봐선 곤란하다. 그는 “내 원칙은 노력하는 만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실력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1983년 프로에 데뷔, 삼성과 롯데를 거치며 통산 124승을 거둔 대투수였다. 코치로서 신인왕을 4명이나 키워낸 명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엘리트 출신 감독답지 않게 선수들의 재능보다는 땀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 선수들이 김 감독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이유다. 김 감독은 “노력만큼 소중한 건 없다. 이름값이나 재능만 믿고 땀 흘리지 않는 선수는 과감하게 전력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식, 사진=김진경 기자
◆김시진은
■출생 : 1958년 3월 20일
■체격 : 183cm, 83kg
■출신교 : 포항중앙초-포항중-대구상고-한양대
■가족관계 : 부인 이선희(49)씨와 1남1녀(재현·정아)
■취미 : 낚시
■별명 : 투수 조련사(투수코치 시절 신인왕 투수 4명 배출), 꼴뚜기(대구상고 시절 선배들이 붙여줌)
■주요 경력 : 1983년 삼성 데뷔, 93년 태평양 코치, 2007년 현대 감독, 2009년 히어로즈 감독
■프로 성적 : 통산 273경기 출장, 124승73패16세이브
■감독 성적 : 56승1무69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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