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스포츠 뉴 리더 ③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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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진(51) 히어로즈 감독은 새해 첫날,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다. 소속팀 선수들에게서 인사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김 감독은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겠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녀석도 있었다”며 웃었다. 8개 프로야구단 감독 중 그처럼 선수들과 경계를 허물어낸 지도자도 드물다. 강함보다 부드러움, 냉정함보다 따뜻함을 앞세우는 김 감독의 리더십 덕분이다.

◆그래도 내 새끼들

김 감독은 7일 서울 목동에 있는 구단 사무실에서 이장석 구단 대표와 새해 인사를 나눴다. “올해는 잘해 보자”며 손을 맞잡고 웃었지만, 둘은 1년 전만 해도 불편한 사이였다. 김 감독은 1998년부터 9년간 현대 투수코치를 지낸 뒤 2007년 감독에 취임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현대가 문을 닫고 히어로즈를 창단하자 이 대표는 비교적 높은 연봉(2억원)을 받던 김 감독을 내쳤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운영위원으로 일하며 히어로즈의 126경기 중 49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김 감독은 “나도 사람이다. ‘나 자르고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오기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해지더라. ‘저 녀석 더 잘해야 하는데, 우리가 이겨야 하는데’라며 나도 모르게 응원하고 있더라”고 털어놨다.

히어로즈는 2008시즌을 7위로 마감했다. 김 감독은 이 대표로부터 “다시 팀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다른 구단으로부터 감독직을 약속받은 터였지만 미련 없이 히어로즈를 택했다. 김 감독은 “날 버린 팀에 다시 들어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미쳤다고 하더라. 그래도 어쩌겠나. 내 새끼들이 여기에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실패를 하더라도 내 손때가 묻은 선수들과 승부를 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재능보다는 땀 흘리는 선수를 중용

지난해 히어로즈는 선수들에 대한 연봉 삭감과 가입금 납입 지연 등으로 프로야구계에 회오리를 일으켰다. 성적도 안 좋았고 선수단 분위기도 엉망이었다. 시즌 뒤 이 대표가 선수들을 일일이 만나 팀의 문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이 “팀에 구심점이 없고, 믿음과 화합이 없다”였다. 그러면서 선수들은 “김 감독님이 오시면 잘 될 것 같다”는 한목소리를 냈다. ‘선수들이 추대한 감독’이라는 비공식 타이틀을 달고 복귀한 셈이다.

프로에선 “독한 감독이 장수한다”는 불문율이 있다. 김응용 삼성 사장과 김성근 SK 감독이 그랬다. 선동열 삼성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도 기본적으로 강한 리더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김 감독은 다르다. 김 감독은 “나는 감독으로서 아직 초보다. 권위와 카리스마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 선수들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내 색깔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 감독을 포퓰리즘으로 봐선 곤란하다. 그는 “내 원칙은 노력하는 만큼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실력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1983년 프로에 데뷔, 삼성과 롯데를 거치며 통산 124승을 거둔 대투수였다. 코치로서 신인왕을 4명이나 키워낸 명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엘리트 출신 감독답지 않게 선수들의 재능보다는 땀을 더 가치있게 여긴다. 선수들이 김 감독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이유다. 김 감독은 “노력만큼 소중한 건 없다. 이름값이나 재능만 믿고 땀 흘리지 않는 선수는 과감하게 전력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식, 사진=김진경 기자


◆김시진은

■출생 : 1958년 3월 20일

■체격 : 183cm, 83kg

■출신교 : 포항중앙초-포항중-대구상고-한양대 

■가족관계 : 부인 이선희(49)씨와 1남1녀(재현·정아) 

■취미 : 낚시 

■별명 : 투수 조련사(투수코치 시절 신인왕 투수 4명 배출), 꼴뚜기(대구상고 시절 선배들이 붙여줌) 

■주요 경력 : 1983년 삼성 데뷔, 93년 태평양 코치, 2007년 현대 감독, 2009년 히어로즈 감독

■프로 성적 : 통산 273경기 출장, 124승73패16세이브 

■감독 성적 : 56승1무69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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