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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 맴돈 소문난 잔치 - 막내린 한보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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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막을 내린 한보청문회는 엄청나게 쏠렸던 관심에 비해 소득은 너무나 빈약하다.김현철(金賢哲)씨 관련 일부 외에는 쏟아진 의혹들 대부분을 그대로 남겼다.

청문회를 왜 열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판이다.면죄부를 주기 위한 정치쇼라는 비아냥조차 있다.한 특위위원은'F학점(낙제)'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거기에 증인으로 나왔던 박석태(朴錫台)전제일은행 상무의 자살까지 부름으로써 이래저래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무엇을 건졌고 어떤 의혹들이 남았는지,드러난 문제점은 어떤 것들인지를 간추린다.

◇한보특혜 배후=특혜 대출의'몸통'은 홍인길(洪仁吉)의원선에서 멈췄다.못믿겠다던 검찰의 수사결과를 뒷받침한 꼴이다.洪의원의 부탁으로 이석채(李錫采).한이헌(韓利憲)전청와대경제수석과 은행간 외압성 청탁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洪의원만 모두 합쳐 10억원의 대가성 금품을 챙긴 것으로 구도가 짜였다.

한보철강의 사업성 검토및 평가,당진제철소 인.허가 과정등에도 하나같이 아무런 하자가 없었던 게 됐다.결과만으로 보면 그렇다.

◇대선자금=야당측이 특히 집념을 보인 92년 대선자금 부분에서도 별 진전이 없다.박태중(朴泰重)씨로부터“나사본에서 선관위 신고없이 20억원을 지원했다”는게 추가로 확인된 전부다.

◇김현철씨 문제=인사를 포함한 국정개입 일부가 그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청와대에 이충범(李忠範)전사정비서관.전병민(田炳旼)전정책수석내정자,무적근무한 정대희(鄭大喜)씨를 추천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원종(李源宗)전정무수석과 YTN사장 인사를 상의한 사실도 인정했다.

이권개입과 관련해선 부산지역 민방업자인 한창측 관계자를 선정 전에는 박태중씨가,선정 뒤에는 김현철씨가 만난 것이 시인됐다.

그러나 정태수 부자와의 친분관계,안기부 정보접수,소산인맥등은 원점을 맴돌다 끝났다.

◇문제점=증인들의 무작정 잡아떼기에 대한 무방비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됐다.위증이나 증언거부를 막을 실질적 장치가 없다는 점도 그렇다.김현철씨의 이권개입 부인이 청문회 직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잇따라 거짓으로 드러나'헛 청문회'란 오명(汚名)을 듣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鄭총회장의 측근인 임상래.정분순씨등 핵심증인들의 출석거부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의원들의 태도도 질타받아야 할 부분.우선 사안에 대한 신문자료 확보등 준비가 소홀했다.당리당략(黨利黨略)에 치중하다보니 청문회는 여야의 정치공세장으로 변질됐고 숱한 충돌과 추태가 연출됐다. 김석현 기자

<사진설명>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1일 오후 40여일간의 청문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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