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후퇴하는 경제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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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를 행정규제의 속박에서 풀겠다는 정부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왔다.처음에는 규제를'완화'하겠다고 하다가 나중엔 규제를'개혁'한다고 하고 지금은'혁파'하겠다고 한다.그러나 외국 연구기관이 평가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의 자유도(自由度)는 반대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참 아이러니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매년 1백40여개 국가의 경제자유도를 측정,점수로 매긴다.97년 한국의 점수는 2.45점으로 세계 27위에 랭크됐다.점수가 많을수록 경제자유가 없는 나라다.북한.쿠바.라오스는 5점 만점을 받았다.

우리가 세계에서 27번째로 경제자유가 많은 나라라면 크게 탓할 일은 아니다.그러나 해마다 그 순위가 내려가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경제자유는 95년 2.15,96년 2.30(세계 22위),97년 2.45(세계 27위)로 미끄러지고 있다.구조적 경제침체로부터의 탈출이 절실한 나라가 경제활동의 자유를 통한 경제활성화 보다 규제강화를 통한 경제죽이기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가 특히 나쁜 점수를 받은 대목은 세금이 너무 많다,외국인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살 때 차별대우 받는다,무역에서 비관세장벽이 높다,규정(規定)의 투명성이 부족하다 등이다.결국 경제자유를 신장하려면 세금을 낮추고,무역.투자.자본이동을 자유화하고,모호한 규정을 없애거나 실질적으로 규제를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규제를 혁파하고 그 결과로 경제자유를 높인다고 그것만으로 경제활성화가 되겠느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그러나 경제난관을 돌파하는 무슨 뾰죽한 수도 없으면서 경제자유를 높이는 일마저 기피하는 것은 무슨 심사란 말인가. 영국은 92년 실업률이 10%를 넘어서고 국제수지 적자가 2백억파운드(약 3백20억달러)에 이르자 외국투자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규제혁파에 나섰다.외국인 투자에 갖가지 혜택을 주고,허가절차를 한군데서 끝내는'원스톱 서비스'를 창설,비즈니스천국을 이루었다.13년동안 고질적인 경상적자에 시달리던 싱가포르는 경제자유 순위가 2위에 오르면서부터 흑자기조로 돌아섰다.

최근 민간이 주축이 된 경제자유찾기 모임같은 기구가 왜 생기나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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