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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자전거 길 파급 효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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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에 사는 대학생 박모(21)군이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자전거 전국 일주에 나선다.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따라 행주대교까지 달린 뒤 평택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자전거 전용도로에 오른다. 폭 3m의 쾌적한 전용도로를 따라 서해안으로 빠져나온다. 비릿한 바다 내음 가득한 서해안 자전거도로는 목포까지 345㎞를 거침없이 이어졌다. 박군은 남해안을 거쳐 동해안 최북단 고성군까지 매일 150㎞를 달린다. 자전거 전용도로 50㎞마다 있는 숙소 겸 정비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도로 위에서 외국인 친구들도 만난다. 길을 나선 지 21일째, 꿈에 그리던 전국 일주를 마친다.

전국 일주 자전거도로가 완성되는 2018년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다.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일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은 녹색성장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자신 있게 내놓은 상품이다.

세계적 트렌드인 저CO2 정책을 주도하면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몰락한 자전거 산업까지 일으켜 세우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낳겠다는 복안이다.

청와대 김상협 미래비전비서관은 “자전거를 녹색성장으로 상징되는 국가 브랜드로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간 중간 국도를 이용할 계획이지만 기본적으로 자전거만이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전용도로를 만드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2012년까지 4년간 8268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설명도 이런 바탕에서 나온 것이다. 도로 폭은 3m로 정했다. 마주 오는 자전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자전거도로를 관광 산업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4대 강 유역을 따라 이어지는 1300㎞와 외곽을 아우르는 3114㎞의 전국 일주 자전거 전용도로가 구축되면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해외에서도 한국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행정안전부·국토해양부뿐만 아니라 환경부·문화부 등과 자전거 관련 사업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계획에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사단법인 자전거21의 오수보 사무총장은 “일본은 1973년 ‘대규모 자전거도로’ 계획을 발표했지만 전체 구상의 80%만 진행될 정도로 사업을 꼼꼼히 진행하고 있다”며 “각종 청문회 등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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