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敵 노린 與圈 색깔론 - 보수연계 업고 이한동 고문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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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때마다 불거진'색깔론'이 또다시 꿈틀거리고 있다.그러나 이번에는 일단 신한국당의 몇몇 대선 예비주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여당 대선주자들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방증(傍證)이다.아직 특정 경선주자가 문제될 만한 확증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그럼에도 경쟁자들을 흠집내려는 말들은 무수히 나돈다. 색깔론은 최근 이한동(李漢東)고문이 몇 차례 특강등을 통해“사상검증을 받지 못한 리더십은 안된다”고 강조함에 따라 불붙기 시작했다.

李고문은“강릉 무장공비침투사건이나 황장엽(黃長燁)망명사건,남한내 친북(親北)세력의 존재등 최근의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여권에서도 사상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李고문은“특정인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다”고 설명한다.그러나 색깔론이 주로 李고문 진영에서 생산되는 것은 사실이다.그는 이철승(李哲承)반탁학생연맹총재.손구원(孫九元)대한반공청년회회장등 28개 보수단체장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색깔론의 표적은 이회창(李會昌)대표와 이수성(李壽成).이홍구(李洪九)고문등이다.李대표와 이수성 고문에게는 각각 부친의 문제로 시비하는 얘기들이 있다.

李대표의 부친 이홍규(李弘圭)씨는 한국전쟁 발발 직전 검사로 일하다 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됐지만 그후 검찰의 공소취하로 풀려난 바 있다.

그런 만큼 李대표는 문제될 게 없다고 강조한다.李대표측은“부친이 구속된 것은 사실이지만 곧바로 풀려나 검사로 다시 복직됐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수성 고문의 부친 이충영(李忠榮)씨에 대해서는 납북이냐 월북이냐가 논란거리다.

이에 대해 李고문은“인민군이 50년 서울을 점령했을 때 성북동 집에 들이닥쳐 변호사였던 부친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주장한다.李고문 측근들은“아버지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李고문이 서울대총장과 총리를 지내고 여당의 고문이 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이홍구 고문에 대해서는 그의 초창기 논문들에 사회주의적 색채가 들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李고문측은“말도 안된다.당장 논문을 조사해 보라”고 반박한다.

색깔론은 아직 여권내 본격 이슈로 등장하지는 않은 상태다.하지만 경선이 임박하면 상당한 파문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소문이나 설의 입증 여부를 떠나 경쟁자들에게 일단 타격을 주려는 목적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당의 중진의원은“우리당이 정말 민주적으로 대선후보를 뽑으려 한다면 경선과정에서 검증되지도 않은 색깔론이 판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

<사진설명>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28일 충남금산에서 열린 고 유진산 선생의 23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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