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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리스트 누명썼던 세 의원 정치계에 들어선것에 후회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보 총회장 정태수(鄭泰守)의 이른바 정치권 33명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국회의원 3명은 그동안 매우 큰 고통을 겪었다.

한보로부터 자금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억울한 누명을 쓴 박우병(朴佑炳.태백-정선).박명환(朴明煥.서울마포갑.이상 신한국당).정한용(鄭漢溶.서울구로갑.국민회의)의원이 당사자다.

이들은 정태수 리스트로 잘못 언론에 보도된 후“가족.친지는 물론 지역민등 주변으로부터 쏟아지는 의심의 눈초리가 견디기 어려웠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3선인 박우병 의원은“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조차 한동안 전화연락을 끊는등 껄끄럽게 대했다”며“지난주에도 나흘동안 지역구에 내려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했지만 아직도 의심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눈치”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신이 구설수에 오르게 된데 대해▶통산위 소속으로 코렉스공법등에 관심을 가져온데다▶지역구인 태백에 한보탄광이 있어 오해를 사게 된 것같다고 설명했다.

朴의원은“돈을 받은 사실이 없는데도 이름이 올라 정치적 명예나 개인적 신뢰에도 지울 수 없는 타격과 상처를 입었다”고 언론의 무책임성을 비판했다.

재경위 소속인 박명환 의원은“포도주 한병도 정당한 것이 아니면 받지 않을 정도로 청렴을 자랑으로 여겨왔는데 아무런 근거없이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의 한 측근은“지난 10년동안 정치하면서 결혼식 주례 답례로 보내온 선물조차 받지 않았던 분”이라며'정태수 리스트'를 원망했다. 朴의원은“경제협력개발기구(OECD)비준때도 여당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본회의에서 반대의견을 개진했다”며“국가경제를 위해 일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재경위를 고집한 것인데…”라고 그간의 맘고생을 털어놨다.

초선의 정한용 의원은 정태수 리스트 직후 타당의 악선전으로 2중고를 겪었다.'금방 재선거하게 된다''정치력이 없으니 깨지고 다니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퍼져 크나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鄭의원은“한번은 가족들과 식당에서 식사하는데 옆좌석에서'鄭의원도 정태수 리스트에 있지'하는 소리가 들려와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가족들조차'진짜 안받았느냐'고 묻는등 의심섞인 말을 할 때면 정치를 왜 시작했는지 자괴감으로 괴로웠다”며“안받았다는 사람들도 검찰수사를 받고 나면 수수사실이 밝혀지곤 해 안받았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고 그간의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들은 한결같이“정치권이 한꺼번에 매도당하는 현실이고 보니 나만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어려웠다”며“한보사건을 계기로 돈 안드는 정치풍토 정착등 정치 바로세우기가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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