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우세속 막판 혼탁 - 영국 총선 앞으로 4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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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 총선이 4일 앞으로 다가왔다.선거가 막바지로 치닫자 보수.노동 양당은 상대방의 정책을 비난하고 지도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을 감행하는'네거티브 캠페인'에 치중,선거 분위기가 혼탁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4일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의 보수당 비난이다.

그는 보수당이 또다시 집권하면 식품에까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퇴직자와 노인에 대한 국가연금을 폐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보수당은 전혀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블레어를'비열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보수당도 노동당 기밀문서를 입수해 일반에 공개하는 폭로전술을 감행하고 있다.23일엔 노동당이 지난 연말 작성한 총선계획'전쟁문서'를 공개했고 24일엔 노동당내 반 블레어파가 보수당에 주요 선거관련 문서를 우송해 왔다며 노동당의 내분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혼탁한 선거전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노동당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보수당을 앞서가고 있다.

지난 22일 가디언지와 ICM이 양당의 차이가 5%포인트 차로 접근했다고 발표해 파란이 일었지만 그 이후의 여론조사에선 모두 노동당이 10%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다.

25일 데일리 텔리그라프지와 갤럽은 조사결과 노동당 48%,보수당 32%로 노동당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당 전문가들은 지난 92년의 악몽을 기억하며 확실한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당시 노동당은 투표일 4일전까지 보수당에 10%포인트 앞섰으나 막판에 약 1천만의 부동표가 보수당 지지로 돌아서 패배한바 있다.

때문에 보수당도 여전히 과거의 기적을 예로 들면서 승리를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당내 현실론자들은 이번엔 과거와 다르다며 벌써부터 존 메이저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보수당직을 포기할 경우 누가 차기 당수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2년엔 노동당수 닐 키녹의 개인 인기가 워낙 형편없어 유권자들의 보수당에 대한 반감에도 불구하고 보수당이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블레어 노동당수의 인기가 워낙 높아 지난번처럼 막판에 유권자들이 노동당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노동당도 이번엔 지난번과 다르다며 승리를 자신하지만 막판에 무슨 돌발변수가 생길지 몰라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과연 4일뒤 노동당정권이 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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