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한글소설 '설공찬傳' 발견 - 중종때 蔡壽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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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금까지 최초의 한글소설로 알려진 허균(許筠)의'홍길동전'보다 무려 1백여년 앞서는 새로운 한글소설이 발견돼 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위원장 이원순)는 세종탄신 6백주년을 맞아 전국의 한글 고서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기록으로만 알려졌던 채수(蔡壽.1449~1515)의'셜공찬전(薛公瓚傳)'을 찾아냈다고 26일 밝혔다. 〈관계기사 3면〉 이 소설은'조선왕조실록''패관잡기'등에 중종때 내용이 문제가 돼 왕명으로 불태워진 것으로 기록돼 있어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만 알려졌는데 거의 5백년만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 이 소설은 당시 승정원 승지를 지낸 이문건(李文楗.1494~1567)이 1535~67년 쓴 생활일기'묵재일기(默齋日記)'의 낱장 속면마다 기록돼 있었으며'셜공찬이'란 제목의 필사상태로 총13쪽 4천여자 분량이다.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이며 충북괴산 성주 이씨 문중의 문고에서 나왔다.

현재 학계에서는 1618년작으로 추정되는'홍길동전'이 실제 허균 작품인지,원래 한글본이었는지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설공찬전'은 중종실록(1511년)에“한문으로 필사하거나 국문으로 번역해 유포되고 있다”고 기록돼있어'홍길동전'보다 1백여년 앞선 한글소설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성종때 성균관 대사성과 호조참판을 지낸 채수는 폐비 윤씨를 옹호하다 왕의 노여움을 사 벼슬에서 물러났으며 연산군 시기에 외직으로 돌다 중종 이후 병을 핑계로 경상도 상주에 은거해 있던중 이 소설을 썼다.

소설 내용은 당시 건국공신과 신흥 사대부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정치상황에서'저승'을 다녀온 설공찬이라는 주인공이 당시 정치적 인물들에 대한 염라대왕의 평가를 전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편(國編)의 의뢰로 이 소설을 정밀 분석한 서경대 이복규(국문학)교수는“저자와 저작 연대등의 기록이 이처럼 명확한 고대 소설은 없다”며“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한글소설임이 입증된다”고 평가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사진설명>

한글표기 또렷

최초의 한글소설로 확인된'설공찬전'의 시작 부분.조선 중종때 학자 이문건의 일기 낱장 속면에 필사한 상태로 돼있는데'셜공찬이'라는 한글식 표기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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