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Life] “고령화로 뇌졸중·치매 급증 뇌 건강 점검이 삶의 질 높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새해에도 화두는 건강이다. 경제 한파에도 꿋꿋이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도 건강이라는 자산이다. 고단하고 아플 때 우리의 이웃에서 버팀목이 돼주는 ‘건강 지키미’의 올 한해 각오를 들어봤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윤방부(사진)’라는 이름 석자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의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건강이라는 개념으로 국민 속에 심어준 계몽운동의 선도자이기 때문. 1982년부터 13년간 TV에 출연한 횟수는 5000회를 넘고, 외부 출강도 매년 70∼100회에 이른다. 미국에서 패밀리 메디신을 전공하고 돌아와 우리나라에 가정의 전문의의 틀을 만들고 키운 것도 그다.

그가 다시 바빠졌다. 지난해 12월 인천길병원 뇌정밀진단센터 겸 국제의료센터소장으로 부임(가천의과학대 석좌교수)한 이후 부터다. 국내 초유의 뇌진단센터는 벤치마킹할 만한 모델이 없어 검진 시스템과 프로그램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쳐야 한다.

“고령화에 의한 치매와 파킨슨병은 물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자폐증·우울증 등 과거에는 무시했던 정신질환이 급증하고 있어요. 우리의 뇌가 위기를 맞고 있지요.”

뇌졸중도 마찬가지. 뇌출혈이나 뇌경색은 일단 발병하면 환자의 삶의 질과 가정이 피폐해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회 위해요인이다. 이처럼 중요한 뇌질환이 전신질환의 한 부분으로 취급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

“뇌는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입니다. 뇌는 곧 인격이고, 감정이며, 의지이기도 하죠. 따라서 뇌건강을 점검하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철학적 의미가 있습니다.”

뇌질환 역시 중요한 것은 조기 발견과 치료. 그는 여기에 평생관리 개념의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위험요인을 관리해 질병 발생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논리다.

뇌건강 프로그램엔 아이의 소질이나 재능을 발견해 교육에 반영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고등학교 성적이 최하위였지만 카메라 다루는 솜씨를 본 그의 아버지가 소질을 개발해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지 않았습니까. 프로그램에 영재교육과 관련한 내용을 담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뇌 프로그램을 구상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 수준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받쳐주기 때문. 뇌과학연구소는 뇌의 기능과 구조를 동시에 보여주는 뇌영상분야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다. PET(양전자방출촬영장치)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장희 박사팀에 최근 fMRI(기능성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를 개발한 오가와 세이지 박사가 합류해 국제적인 연구소로 거듭나고 있다.

“환자의 임상결과가 연구에 활용되고, 연구 성과가 다시 검사와 치료에 쓰이는 이행의학(移行·translation medicine)의 효과를 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천의대 길병원만의 연구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뇌정밀진단센터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우리나라가 뇌연구의 붐을 타고 있다는 것도 윤 소장에겐 좋은 호재. 1998년 뇌연구촉진법 제정 이후 10년을 맞아 정부는 2단계 지원사업으로 지난해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은 우리나라가 세계화로 나아가는 관문입니다. 국제의료센터도 함께 맡았으니 뇌정밀진단센터가 외국 환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전진기지 역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