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가스 추방 실마리 마련 - 미국 상원 비준 통과학 화학무기금지협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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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는 29일 발효를 앞둔'화학무기금지협정'이 치열한 논란끝에 24일(현지시간) 미 상원 비준을 통과함으로써 화학무기에 대한 국제 차원에서의 규제가 한층'무게'를 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0년대말부터 태동되기 시작한 화학무기에 대한 억제가 비로소 결실을 보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화학무기금지협정의 출범 여부를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던 미국은 그동안 의회내에서 공화당내 매파와 민주당의원이 중심이 된 비둘기파 사이에서 치열한 이견대립이 계속돼 비준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투표를 앞두고 공화당측이 협정 비준의 지지쪽으로 선회,결국 재적의원(1백명) 3분의2 이상이 찬성한 74-26으로 통과에 성공했다.

화학무기금지협정은 회원국들에 모든 화학무기와 생산설비를 향후 10년동안 폐기토록 의무화하고 화학전의 위협을 받을 경우에 이를 방어하기 위한 훈련과 장비는 물론 기술까지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화학무기 생산의혹이 있는 회원국 기업체에 대한 사찰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협정에 서명한 국가는 모두 1백64개국이며 이중 75개국이 비준을 마쳤다.

한국은 화학무기금지협정 비준을 올 가을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러시아의 경우 25일 경제난을 이유로 비준을 올해말까지 늦춘다고 발표했다.

화학무기협정은 무차별 대량살상 무기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자는 좋은 의도에도 불구,적지 않은 허점을 안고 있다.미 상원에서 격렬한 논란이 일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이라크.리비아등 테러위험국가가 화학무기를 보유중인 것이 확실함에도 불구,이 협정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화학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거나 보유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나라는 미국.러시아.북한.이스라엘.리비아.프랑스등 모두 17개국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가 협정에서 빠져있는 상태에서 금지협정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도 불구,지난해 비준에 실패했던 미국이 이번에 이 협정을 통과시킴으로써 인류의 대량살상무기 감축노력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만은 틀림없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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