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장품업계 매니큐어 소동 - 모방경고에 중상모략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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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미국 화장품업계에는 때아닌'손톱전쟁'이 벌어지고 있다.어번디케이라는 작은 매니큐어 회사와 유명 화장품업체인 레브론사간에 손톱 매니큐어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졌기 때문.지난해 어번디케이사의 매출은 1천만달러(약90억원)에 불과한 반면 레브론은 매출규모가 22억달러(약1조9천8백억원)에 이르는 대형 화장품 회사다.격에 맞지 않는 싸움같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어번디케이는 지난해 1월부터 붉은색계열의 전통적인 색깔 대신 노란색이나 금속성 색조에 특이한 이름을 붙인 매니큐어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매니큐어 이름은 현대의 도시환경을 냉소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노란색계통의 매니큐어에는'애시드 레인(산성비)',연두색 계통에는 멍든 것을 상징하는 '브루즈(타박상)'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인기 상품인'스노우'의 색은 보통사람이 생각하듯 흰색이 아니라 거의 노란색에 가깝다.“요즘 오염된 도시의 눈하면 흰색보다는 노란색이 연상되지 않느냐”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이 회사의 화장품은 시카고 불스 농구팀의 데니스 로드맨이나 여배우 샌드라 불럭등이 애용하면서 유명해 졌다.이처럼 어번디케이의 매니큐어가 예상밖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르자 레브론등 대형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상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위협을 느낀 어번디케이는 지난 2월말“레브론이 자기상품의 색과 이름을 거의 그대로 모방했다”며“곧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경고서한을 레브론에 보냈다.레브론측은 3일뒤 이같은 경고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며 거꾸로 어번디케이를 상대로 법원에 먼저 소송을 내는등 맞불작전으로 나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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