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실태 어떻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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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 동기 대비 취업자 수 증가 7만8000명. 신용카드 대란으로 몸살을 겪었던 2003년 12월 이후 5년여 만에 최저 증가. 20대 청년 취업자는 13만3000명 감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한국의 고용 성적표다. 11월 취업자 수는 한 해 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인구 증가율(0.43%)도 못 따라간다. 제조업(-5만6000명)과 건설업(-2만9000명), 도소매·음식·숙박업(-3만9000명) 등 곳곳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봉급생활자·자영업자 할 것 없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정부와 공공기관이 고용의 버팀목이었다. 보건·사회복지사업(10만3000명)과 공공행정(1만3000명) 등에서 일자리가 늘었다.

청년 취업난은 새 풍속도를 낳았다. ‘대학 5학년, 6학년’이 흔해졌다. 취직이 안 돼 졸업을 미루고 1~2년 학교를 더 다니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숙명여대는 내년부터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학사 후 과정’을 두기로 했다. 졸업 후 1년간 무료로 학기당 세 과목까지 수강하면서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자영업 창업도 쉽지 않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시장 전망이 어둡다 보니 창업을 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고 경제가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창업 대기자’만 잔뜩 늘었다”고 말했다. 문을 닫는 곳은 느는데 창업은 부진해 지난해 11월 자영업자 수는 600만3000명으로 1년 새 8만3000명 감소했다.

고용 사정은 올해도 계속 좋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일자리가 지난해보다 4만 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상반기 실업자 수가 지난해 말보다 13만 명 늘어난 8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상장 478개 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36%가 올해 신입사원을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해(5.6%)의 여섯 배가 넘는 기업이 신규 채용을 포기한 것이다.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절반이 넘는 55.2%가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올해는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면서 지난해보다 더 심각한 일자리 한파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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