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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지상전 돌입] 양측 주민 전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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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전기·물 공급 끊겨 … 비상식량 연명”
가자지구 알라자대학의 아부 사만 교수

 “1시간에 폭발음이 50번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아부 사만(46·사진) 알라자대 수학과 부교수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공격이 시작된 4일 새벽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다. 그는 “아직 이쪽에는 지상군이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공포에 떨고 있어요.” 부인과 자녀 4명과 함께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사만 교수는 이스라엘 군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아는 사람만 6명이 죽었다”며 “건물 옆에 로켓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나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분쟁 이유에 대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분리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전기와 음식이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기·식량·물 공급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며 “공습 이후 하루 2시간씩 공급되는 전기가 올 들어서는 아예 끊기면서 난방이 안 돼 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데, 아이들 건강이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TV와 라디오를 켤 수 없게 돼 뉴스도 듣지 못하면서 전화를 통해 지인들로부터 바깥 소식을 간간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 걱정도 했다. “마실 물은 있지만 전기가 없어 아파트에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공습 이후 1주일 동안 세탁이나 샤워를 전혀 못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공습을 대비해 비축해둔 통조림·콩·쌀과 같은 식량으로 살고 있지만, 분쟁이 계속되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이스라엘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인들이 들어오기 전에도 러시아인 등 외부인들과 같이 살았다”며 “지도자들이 화합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지도자 만델라는 흑인과 백인의 융합 정책으로 존경을 받고 있는데 아직 우리 지역에는 이런 지도자가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김민상 기자



“하마스 로켓 무서워 외출도 못 해”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 다니는 로만 바론

 “아무도 시내에 모일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스라엘의 중소 도시 베르셰바에 있는 벤구리온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다는 로만 바론(26·사진)은 “하마스가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시내를 공격하기 때문에 아무도 보호 구역 밖으론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학기 중인데도 하마스의 공습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였던 데이비드 벤구리온을 기념하기 세워진 이 대학이 있는 베르셰바 지역은 가자지구로부터 불과 40㎞ 떨어져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의 유일한 핵 원자로가 있어 핵탄두 보관 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디모나와도 근접해 하마스의 주요 공격 지역이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인구 18만6000명의 이 도시가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권이 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는 “보통 로켓 공격할 때는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 경보를 울리는데, 하마스는 그런 조치 없이 공격했다”며 “대피 시간 10~60초가 없는 바람에 무고한 사람이 많이 희생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가 휴전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반격에 나선 것”이라며 “모든 나라는 자국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의 공습 전에 하마스의 공격으로 하루에 로켓 50기가 날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젊은이를 중심으로 자원봉사 조직을 구성해 노약자·어린이·장애인들이 피난처로 대피할 수 있도록 돕고 있 다”고 전했다.

공습 후 우려되는 하마스의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선 “14살 소년에게 자살폭탄 벨트를 매 주는 그들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것은 자살폭탄자(Suicide Bomber)가 아니라 무고한 시민들을 화염 속으로 빠뜨리는 학살자(Homicide Terrorist)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선 “서방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해 하나로 뭉쳤으면 좋겠다”며 “세계 사람들은 8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로켓 공격 소리를 듣는 상황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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