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통일대비 계약서 경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미국의 청소용역업체 자니킹과 프랜차이즈 관계를 맺고있는 백진서비스(대표 백두흠)는 최근 미국본사와 서둘러 계약서를 경신했다.당초 계약서상에는 가맹권 지역을'S.Korea'(남한)로 표기했으나 이를'Korea'(한국)로 바꾼 것이다.

또 호주의 커니셔아이스크림 체인업체인 ㈜씨원도 계약서에 가맹점 지역이'South of Korea'로 한정된 것을 뒤늦게 알고 이를 고치기위한 교섭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 윤충준(42)사장은“북한의 핵심인사인 황장엽(黃長燁) 노동당비서가 망명하고 식량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통일이라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북한을 사업지역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업체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국내업체가운데 이처럼 통일에 대비해 가맹권 지역을'South Korea'(남한)에서'Korea'(한국)로 바꾸는 기업들이 늘고있다.

'남한'으로 계약해 놓았다가 통일이 되면 북한까지 포함하는 계약을 새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다 로열티를 따로 물어야하는 경제적 손실,그리고 해외본사가 북한을 다른 업체에 주었을 경우의 시장 상실등을 감안해 미리 손을 써두자는

것이다.

지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불어닥친 북한 관련사업때만 해도 일부 대기업들만이 신경쓰던 북한지역 사업권 문제가 최근들어 프랜차이즈 업계의 핫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현재 외국의 주요 가맹점.라이선스도입 업체만도 1천여개에 이르고 있으나 대부분 국제계약 관례대로 남한으로만 표시했었다”며“그러나 최근들어 통일가능성이 점차 높다는 판단에 따라 국내업체들이 계약서상에 포괄적인 지역권

개념인 Korea로 확대 표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돈벌이에 민감한 사업가들이 그간 막연하던 북한지역의 사업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셈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 해외업체와의 계약기간이 10년이상 장기적일 때는 국내업체들이 더욱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다.그만큼 해당계약기간내에 남북통일이 될 확률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따라 미국의 패밀리레스토랑과 20년 장기계약을 한 아시안스타(TGIF)와 지난 94년 10년간 프랜차이즈 계약을 한 어린이 컴퓨터업체인 퓨처키드클럽도 통일을 대비한 계약서로 Korea를 명문화했다.

이밖에 영국의 교육체인업체인 키즈클럽은 본사와 합의해 앞으로 통일이 되면 자동적으로 북한지역을 포함시킨다는 이른바 옵션사항을 추가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을 제외한 미국.유럽등 대부분의 외국업체들은 현재 남북한간의 지역사업권 표기와 관련해 거의 신경쓰지 않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국내업체와의 합의로 S.Korea(혹은 Republic Of Korea)나 Korea로 순순히 표기해주며,비록 국내업체가 사업권을 북한까지 넓힌다 해도 특별한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는게 상례다.그러나 일본업체들의 경

우 남북통일에 대해 민감한 사안으로 따져 거의 예외없이'大韓民國(대한민국)'으로만 표시하고 북한지역은 차후에 추가 계약을 요구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예컨대 일본의 외식체인 패밀리레스토랑인 토마토앤어니언,기린비어페스타,마리노라등이 모

두 '大韓民國'으로 표시하고 있다.이와관련,이재기(47)변호사는 “만약 남북한이 흡수통일되면 국호의 변화와 상관없이'Korea'로만 표시해도 양쪽지역에서 계약서대로 똑같은 효력을 발휘하나,연방제등 2국으로 존재하는 형태로 된다면 이

같은 방식도 분쟁의 소지가 있다”며“남북지역을 별도로 표시해 'S.Korea(남한)와 N.Korea(북한)'로 계약하는게 더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시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