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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오바마 정부와 협상 때 ‘돈독한 북·중’ 지렛대 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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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27일(북한의 헌법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323부대 지휘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공개한 것으로 김 위원장이 군 간부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수년 동안 다소 소원해졌던 북·중 관계가 새해 들어 급속한 복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일 축전 교환을 통해 올해를 ‘조·중 친선의 해’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양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양국 간 외교관계 수립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교 50주년을 비롯해 5년 또는 10년 단위의 이른바 ‘꺾어지는 해’에서도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여태까지 북한은 국교 수립보다는 1961년의 북·중 상호원조조약 체결이나 한국전쟁에 중국이 참전한 이른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더욱 중요시해 왔다.

북·중 간의 밀착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됐었다. 지난해 6월 중국 차기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평양 방문이 대표적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해 2월 왕자루이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때에는 “중국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발언했고,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오바마 신정부 출범과 맞물려 더욱 관심을 끈다. 향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간의 직접 협상에 대비한 다목적 포석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변수 때문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와 북·미 관계 협상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북·중 관계를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포괄적 현안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까지 염두에 둔 북·미 간 협상이 현실화될 경우, 돈독한 북·중 관계를 하나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의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전통 우방이자 최대 경제지원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굳건하게 다져 중국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한 뒤 본격 협상에 나서야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우리에겐 (중국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협상력을 높이는 전술을 쓸 수 있다.

한쪽이 막히면 다른 한쪽을 뚫던 대외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미 관계가 막히면 일본과 접근하거나 또는 남북 관계를 개선해 경제 지원을 받고 돌파구를 찾던 기존 패턴에서 이제는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 관계가 교착돼 있으니까 출로는 중국밖에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와의 큰 게임을 앞둔 북한으로서는 최소한 중국으로부터 체제 안전과 함께 경제 안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중 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이태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한·중 관계에 무게를 두고 북한과는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관계를 탈피해 남북한을 동시에 관리하겠다는 적극적인 개입정책”으로 해석하며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중 관계 확대로 맞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영준·정용수 기자


◆북·중 국교 수립=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을 선포한 지 닷새 후인 1949년 10월 6일 북한과 중국은 외교관계를 맺었다. 북한은 러시아·불가리아·루마니아에 이은 중국의 네 번째 수교 상대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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