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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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니키 마우마우단원들과 로즈 버드단원들이 디스코텍을 나온 시각은 새벽 다섯시 무렵이었다.디스코텍 경비는 양쪽에서 절반씩 부담하였다.모두들 맥주를 꽤 마셔댔기 때문에 새벽의 찬 대기 속으로 나와서도 여전히 머리가 띵하였다.

“우리 어디 가서 해장국이라도 먹자.해장국 값은 우리가 낼게.”

기달의 팔을 끼고 있는 옥이 기분이 좋은지 손까지 흔들어가며 명랑한 목소리로 제안을 하였다.

“해장국 집이 근방에 있을까?”

도철의 짝인 희가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심야영업 하는 디스코텍 근처에는 반드시 해장국 집이 있게마련이지.집게와 말미잘이 붙어 지내듯이 말이야.세상은 모름지기 공생관계로 유지되는 거 아냐? 니키 마우마우단과 로즈 버드단도 마찬가지고.”

도철이 큰소리를 쳐가며 단원들을 앞장서 인도하였다.아니나 다를까 두번째 골목으로 들어서니 해장국 집들이 죽 연이어 늘어서 있었다.

해장국을 시켜 먹고 시내버스를 타고 폐허 마을로 돌아오니 아침 여섯시반쯤 되었다.마을 입구로 들어서면서 용태가 하품을 크게 해대며 기막힌 제안을 하였다.

“아,졸립다.완전 밤샘을 했으니 해장국까지 먹었겠다 실컷 잠이나 자야지.근데 우리 이러면 어떨까? 여긴 말이야,완전 우리 구역이잖아.그러니까 오늘은 한 팀씩 한 집을 차지하는 거야.어때? 내 아이디어.”

다른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의 눈이 둥그레진 반면,로즈 버드단원들은 재미있다는 듯 깔깔대고 웃었다.

“말하자면 한 팀씩 신혼 살림을 차리자는 거야,뭐야?”

옥이 몸을 비비꼬며 반문하였다.

“신혼 살림은 무슨.우리가 뭐 결혼이라도 했나? 잠이라도 좀 편하게 자보자 이거지.비트는 비좁잖아.”

용태가 어설프게 변명을 하며 언제라도 자기의 제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잠이라도 편하게 자보려고 그런다고? 이 엉큼한 놈.네 속을 모를 줄 알고.”

기달이 어깨를 으쓱하며 용태를 놀리는 투로 말했다.

“좋아.마음대로 해석하라구.근데 솔직하게 말해봐.기달이 너도 로즈 버드단원들이 내 말을 따라주었으면 좋겠지?”

용태가 한 발 뒤로 물러가는 척하며 슬쩍 공격을 가해왔다.

“흐하하하.그야 두말 하면 잔소리지.”

기달이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리며 본심을 드러내었다.

“까짓것.한 집씩 차지해보는 기분도 나쁘지 않겠는데.”

옥이 이번에는 눈웃음을 치면서 용태 편을 들어주며 단원들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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