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윤수일의'아파트'가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블루스 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요란하던 무대는 삽시간에 물 속으로 가라앉은 듯하였다.갑자기 인어(人魚)로 변한 무리들이 둘씩 들러붙어 조명과 음률의 물결을 따라 흐늘거렸다.어쩌면 지

금까지 열심히 몸을 흔들며 디스코 춤을 춘 것은 이런 포옹과 접합의 순간을 갖기 위해서인지도 몰랐다.

둘씩 짝을 이룬 니키 마우마우단원들과 로즈 버드단원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꼭 들러붙어 있었다.다른 쌍들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들은 블루스를 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예 서서 성교를 하고 있는 듯한 동작을 취하고 있었다.용태 같은

녀석은 숙의 엉덩이에 두 손을 척 갖다대고 있기도 하였다.아니,갖다대고 있다기보다 두 손으로 숙의 엉덩이를 자기 쪽으로 힘껏 끌어 당기고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었다.

저런 모습으로 여자와 마주 붙어 있는 한,성불능이 아닌 이상 어떤 남자라도 발기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대명은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여도 사타구니가 불룩해졌다.

대명은 문득 교회 중고등부에서 배운 성경 구절들을 떠올렸다.자기들은 간음을 하지 않았다고 으스대는 자칭 의로운 사람들에게 예수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만일 네 오른눈이 너를 실족케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중학교 2학년 때 이 구절을 배웠는데,그 이후로 대명은 자기 오른눈이나 왼눈,어떤 때는 두 눈을 다 뽑아내는 끔찍한 꿈을 종종 꾸곤 하였다.예수의 말에 비추어보면 대명은 날마다 순간마다 간음을 행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루는 대명이 학교에서 돌아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에그머니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이미 퇴근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파출부 아주머니가 허연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아주머니가 놀라 벌떡 일어서는 바람에 오히려 자신의 치부를 대명에게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대명 역시 화들짝 놀라 화장실 문을 얼른 닫았지만,그 후 오랫동안 대명의 눈앞에 그 아주머니의 허연 엉덩이와 검은 거웃이 어른거려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리고 꿈속에서 대명은 두 눈을 뽑는 것은 물론,아예 돌멩이로 자

신의 사타구니를 짓찧고 있기도 하였다.

결국 대명은 눈을 뽑는 꿈을 꾸지 않기 위해서는 예수 믿는 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예수를 믿지 않기로 결심을 하자 거짓말처럼 그런 꿈은 더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정말 예수의 말대로 한다면,여기 디스코텍 무대에서도

수많은 눈들이 뽑혀 번쩍이는 조명을 받으며 뒹굴고 있어야 할 것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