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황에 … SK그룹, 사상 최대 38조 수출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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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지난해 수출이 38조7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43%나 늘어났다고 1일 밝혔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대부분 기업의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이 같은 성과를 내 눈길을 끌었다. SK그룹의 이 같은 ‘깜짝 수출 기록’ 뒤에는 SK에너지의 역발상 전략이 있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연초 “글로벌 전쟁에서 이제는 전리품을 얻어야 할 때”라며 수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주문을 했다.


그런데 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SK에너지는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정유회사는 중동 등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다음 국내 시장에 파는 내수 판매가 주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석유제품은 포화 상태로 내수시장 경쟁이 심했다. SK에너지는 최 회장의 주문과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역발상을 하기로 했다. 과감하게 수출을 확대해 승부를 걸었다. 일본·중국 등에 보통 10조원대의 정유제품을 수출하던 것을 20조원대로 대폭 늘리기로 목표를 잡았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 같은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수입 원유 값이 급변하면서 시장 예측이 힘든 상황이었다.

SK에너지는 우선 고도화 설비 투자를 확대했다.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 등을 빼고 40%에 달하는 벙커C유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수출해 봤자 마진이 적다. 따라서 고도화 설비로 벙커C유를 재가공해 휘발유와 경유·등유 등을 또 뽑아냈다. 이렇게 해서 배럴당 20달러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6월 2조원을 투자해 울산 공장에 제3고도화설비를 완공하고 본격 가동했다. 여기에서 휘발유와 경유·등유 등을 하루 6만 배럴씩 추가로 생산했다. 지난해 3분기 휘발유 해외 판매량이 2007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배 이상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시설투자 덕분이었다. SK에너지는 수출 지역 다변화에도 힘썼다. 이전에는 일본·중국이 주요 시장이었으나 지난해부터 인도네시아와 미국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캐나다·호주 시장 개척에도 성공했다. 베트남과 유럽 시장에서의 수출 실적도 일본 수준으로 올라갔다. 더구나 원유 값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제품 값도 올라 수출 채산성은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07년에 15조원을 수출했던 SK에너지는 지난해 25조원을 수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약 60% 성장한 셈이다. SK에너지는 2007년 7월부터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수출액을 따지면 155억8300만 달러로, 500억 달러를 돌파한 삼성전자에 이어 둘째다. 바로 SK에너지의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라는 역발상이 이런 기록을 만든 셈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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