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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출판화제>미국에 '보통사람 회고록'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출판계에'보통 사람들의 회고록'붐이 일고 있다.

자전적 고백록은 유명인사나 최고경영자들의 전유물인양 여겨져 왔던 분야.그런데 최근에는 은퇴교사.평범한 할머니.희귀병 환자.장기이식자.실직교수등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들의 어둡고 굴절된 과거를 진솔하게 써낸 고백록들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속속 오르고 있다.

예컨대 이번주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논픽션 부문에는 워싱턴포스트 명예회장 캐서린 그레이엄 여사의 회고록과 함께 한 전직 고교교사의 회고록이 나란히 상위권에 올라 있다.

은퇴교사 프랭크 맥코트의 회고록'안젤라의 상흔들'(원제 Angela's ashes.사진)은 연속 17주째 워싱턴포스트 베스트셀러에서 빠지지 않았고 뉴욕타임스 북리뷰에는 이번주에 1위로 오르며 금년도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아일랜드의 가난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하고 암울했던 어린시절을 고백한'안젤라의 상흔들'은 미국 서부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돼 작가는 요즘 샌프란시스코등 서부 도시들을 돌며 독자들과의 대화 모임을 갖고 있다.

성직자 아버지와의 근친상간을 고해성사하듯 써낸'키스'도 최근 뉴욕에서부터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 시작한 책.작가 캐서린 해리슨은 20세 때부터 가진 아버지와의 관계를 그린 이 책에 이어 할머니를 중심으로 한 자신의 가족사를 다룰 두번째 책을 집필중이다.

이밖에 대학교수직을 잃은 후 빈민으로 전락했다가 공사판 노동자로 새 삶을 찾은 이야기,심장.폐를 이식받은 후 장기기증자의 기질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는 사연등을 다룬 회고록도 곧 나올 예정이다.

미국 문학의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아가는 이같은 보통사람들의 고백록의 효시는 시인 메리 칼이 95년 펴내 베스트셀러가 됐던'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이 꼽힌다.

거짓과 술주정속에 자랐던 불우한 어린시절을 그린 이 책과 최근의 회고록들은 모두'보통사람의 굴절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나 독자가 내면의 심리적 성찰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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