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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어명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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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불탄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해 베어지는 소나무 중에는 수령이 100살이 넘는 것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나무를 베기 전에는 ‘어명이요’라고 외쳐 미리 벌목하겠다는 뜻을 나무에게 알린다고 한다. 초목이지만 연륜에 대해 조상들이 지켜온 예의다.

“어명이요” “어쩐 일이요?”처럼 예스러운 어투로 문장을 종결할 때 흔히 ‘-이요’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잘못이다. 이때는 “어명이오” “어쩐 일이오?”처럼 ‘-이오’를 쓰는 게 옳다. 문장을 종결하는 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열거할 때는 ‘-이요’ 형태를 쓴다. 예를 들면 유명한 성철 스님의 법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같은 경우다. 이때는 ‘산이오’가 아니라 ‘산이요’로 쓰는 게 올바르다.

이것은 ‘이다’ ‘아니다’ 다음에서 ‘-오’는 종결어미로 쓰이지만 ‘-요’는 연결어미로만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니다’와 관련해서도 “그것은 내가 한 짓이 아니요”의 경우는 “내가 한 짓이 아니오”라고 해야 옳다. “그 같은 영광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요, 뼈를 깎는 노력의 결과다”처럼 연결하는 경우에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로 쓰는 게 바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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