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경제민주화 2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문민정부하에서'민주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우선 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을 보자.제일은행의 소수주주들이 한보에 대한 부실대출 책임을 묻는 대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한보사건을 계기로 주주들이'그냥 당할 수만은 없다'면서 소매를 걷어올리고 나선 것이다.

소수주주권의 행사는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지난해 11월 지방소주 3사가 OB맥주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을 요구한 적이 있다.이번엔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주도한 일종의 시민운동이란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경영부실이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이사회 결정을 따질 권리와 책임은 1차적으로 주주에 있다.이것은 소유(오너)경영자의 영향력이 막강한 국내 실정을 감안할 때 소수주주들이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과 통한다.예를 들어 기업 A가 기업 B를 공격해 위기에 몰린 B는 평소'오너'끼리 잘 아는 기업 C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하자.공방(攻防)과정에서 당사자인 A.B는 물론 C가 남의 싸움에 공연히 끼어들어 회사에 이익은 커녕 손해를 입혔다면 소수주주들은 연합해 경영진을 나무라야 한다.그렇게 하라고 개정 증권거래법은 대표소송요건을 총발행주식수의 1%로 낮춘 것이다.

정부를 향해 싸움을 거는 이들도 있다.어제 발족한'경제자유찾기모임'이 그런 유에 속한다.정치적 자유는 몰라도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정부가 지금까지 시행했다고 주장하는 규제완화는 대부분 행정절차상의 간소화였지 정말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많은 기업인들이 공감한다.광고료를 물면서 기업현실을 고발한 중소기업인들의 말은 꾸며댄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자유기업센터'란 간판을 달았지만 기껏해야 재벌들의 로비나 하지 않겠느냐고 지레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사실이다.그러나 중소기업인.교수.변호사등이 순수민간모임으로 경제적 자유를 찾겠다고 하니 잘 해보라고 격려하지 않을 수 없다.최근 정부는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각종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잘하는 자에게 일을 맡기는'토양에서라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창의와 상상이 장려되는 교육,틀을 벗어난 괴짜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여유없이 벤처는 불가능

하다.이를 자금 몇푼으로 해결할 생각이라면 아직 계획위주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래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주주의'권리찾기'가 그렇고,기업인의'자유찾기'가 그렇다.그러나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둘 다 제것 찾겠다고 걸어온 싸움이니 주어버리면 그만 아닌가.

<권성철 전문의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