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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살' 격투기 거물들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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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 요코즈나 출신의 아케보노 다로(右)와 K-1챔피언 레미 보냐스키가 1일 기자회견에 앞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주먹을 맞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동연 기자]

"내 샌드백이 되고 싶은가."

2m3㎝, 220㎏의 아케보노 다로(일본)는 1일 기자와 함께 점심을 먹다가 "스테이크 하나로 양이 차느냐"는 기자의 농담에 껄껄 웃으며 장난기를 섞어 응수했다. 1993년 미국(하와이) 출신으로 일본 국기(國技) 스모의 최고 자리인 요코즈나에 올랐던 그다.

지난해에 이종격투기인 K-1에 진출해 다시 한번 일본 열도를 술렁이게 했다. 스모계에서는 "외국인을 요코즈나에 올려줬더니 배신을 했다"고 비난했지만 그는 "새로운 도전"이라며 당당했다.

거구에서 나오는 힘이 줄어들지 않는 범위에서 체중을 조금 줄여 스피드와 테크닉을 키운다. "스모 선수 시절에는 엄청나게 먹었지만 지금은 단백질 위주로 평범한 식사를 한다. 단 하루 여섯끼를 먹는다."

스모 선수 전성기이던 90년대 중반처럼 유머 감각도 뛰어나고 호탕한 기질도 여전했다. 지난달 31일 한국에 와 저녁 한정식집에서 폭탄주 10잔을 간단히 먹었다. "한국 씨름 선수와 싸워보겠다"는 말도 했다.

이종격투기 K-1의 걸물들이 한국에 왔다.

K-1 세계 챔피언인 레미 보냐스키(네덜란드)도 같은 날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7월 17일 서울에서 열릴 K-1 월드그랑프리 홍보를 위해서다.

K-1의 국내 경기와 이벤트 주관사인 ENT글로벌의 손혜민 사장은 "7월 서울 경기에는 우리의 씨름이나 태권도 선수를 참가시켜 보다 다양한 경기가 되도록 시도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1일 공식 기자회견 전에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1m92㎝, 110㎏의 보냐스키는 뛰어오르며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필살기술 때문에 '플라잉 더치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챔피언전에서 우승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어네스트 후스트(네덜란드), 미르코 크로캅(크로아티아), 밥 샙(미국) 등 1세대 스타들은 밀려났다.

아프리카 수리남인의 피가 흐르는 보냐스키는 "16세 때까지 축구선수였지만 왼쪽 다리를 다친 뒤 그만두고 은행에서 일을 하면서 밤에는 무에타이 도장에서 훈련했다. 25세 때 파이터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인 히딩크 감독 때문에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고도 했다.

그는 K-1 도전 의사를 밝힌 전 복싱 헤비급 세계챔피언 마이크 타이슨에 대해 "K-1 룰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한다. 그는 훌륭한 복서지만 나의 기술이 더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밥 샙을 이긴 경기에 대해서는 "싸움은 덩치도 중요하지만 스피드와 기술, 무엇보다 전략이 중요하다"며 "그의 경기를 여러 차례 보고 약점을 파악했다.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그의 체력을 떨어뜨린 뒤 무너뜨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5시간 훈련을 한다. 무에타이와 조깅.복싱.줄넘기를 한다. 특히 하루 300번 이상 단단한 샌드백을 차면서 정강이뼈를 단련한다고 했다.

◇K-1=가라테.태권도.권법.쿵후 등 영문자 'K'가 붙는 입식(立式) 격투기에서 세계 최고수들이 나와 토너먼트로 최강자를 가리는 대회. 93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다. KO율이 80%가 넘는 박진감이 특징. 레슬링.유도 등의 기술을 쓰는 '프라이드'와 이종격투기의 쌍벽을 이룬다. 대전료는 극비지만 최고 선수의 경우 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성호준 기자<karis@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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