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중년 간부들 넷盲 스트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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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정보화의 급진전으로 직장마다 컴퓨터망이 거미줄처럼 깔리면서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이만저만 아니다.특히 40대,50대 간부들이나 임원들의 경우 컴퓨터 이용에 능숙한 젊은 후배들에게 뒤떨어지는 자신의 능력에 불안해 하는등 직장인들의'넷맹(盲)스트레스'가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렇다고 속시원히 고민을 내뱉을 수도 없다.자칫'명퇴'대상으로 떠오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컴퓨터교육기관의 중년층 대상 교육프로그램이 호황인 것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삼성SDS가 기업체 임원급 이상과 정부기관의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서울서초동 자사 교육센터에 개설한'21세기 경영자 과정'이 좋은 예다.지난해 10월 1기 이수자 19명을 배출한 이 과정은 지난 2월 2기과정 접수에선 신청자가 크게 몰려 부득이 정원을 1기보다 5배 이상 늘어난 1백명으로 잡아야 했다.

2기과정 수강자인 진호실업 박웅기(朴雄基.56)사장은“직원들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그렇다고 젊은이들이 주로 수강하는 컴퓨터학원에 갈 수도 없는 처지”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그는 이어“교육을 받으면서 비로소 컴퓨터가 편리한 제품이

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고민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밝혔다.하지만 네트워크가 가져온 기업체의 새로운 직장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첨단 정보기기에 병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도 적지 않다.정신과 의사들이 지적하는'

테크노 스트레스'의 유형이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오강섭(吳綱燮)과장은“과거 어학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중년 직장인들이 최근 들어서는 테크노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이들은 겉으론 부하들에게 PC능력에 뛰어나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

는데서 오는 이중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고 말했다.

'페이퍼리스 시스템(문서없는 조직체계)'으로 불리며 경영혁신의 총아로 각광받는 기업체의 네트워크시스템이 지니는 어두운 면이다.이제 직장인들은 좋든 싫든 네트워크시스템에 접하지 않을 수 없다.웬만한 대기업은 근거리통신망(LAN).원거

리통신망(WAN)을 이용해 국내는 물론 해외 지사까지 컴퓨터통신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한다.돈이 많이 드는 자체 전산망을 구축하기 힘든 중소기업은 인터넷을 이용한 기업내 네트워크시스템인 인트라넷을 구축하기도 한다.

기업체가 사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보고와 지시가 온라인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업무 진행속도가 무척 빠르다.비용절감에도 한몫한다.삼성그룹이 이달 1일 개통한'유니넷 글로벌다이얼업IP서비스'는 삼성그룹의 네트워크망 싱글을 이용한 통신비용을 최고 90%까지 절감해 준다. 기업체들이 네트워크 구축기도 한다.

기업체가 사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보고와 지시가 온라인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업무 진행속도가 무척 빠르다.비용절감에도 한몫한다.삼성그룹이 이달 1일 개통한'유니넷 글로벌다이얼업 IP서비스'는 삼성그룹의 네트워크망 싱글을 이용한 통신비용을 최고 90%까지 절감해 준다.

기업체들이 네트워크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내 네트워크가 이처럼 밝은 면만 지닌 건 아니다.

한 전자회사 부장은“후배들이 나를 제치고 임원들에게 먼저 정보를 제공하려고 열심히 전자우편을 보낼 때나 네트워크망에 개설돼 있는 공개토론방에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글이 오가는 것을 볼땐 비애를 느낀다”고 고백했다.

아시아나항공 장성지(張星支)부장은“직장에서 대화가 적어졌다”고 지적한다.전자메일로 보내면 되니 일일이 얼굴을 대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부하직원이 돌잔치소식을 전자우편으로 슬며시 PC에 넣을땐 왁자지껄하게 서로 축하해주던 정겨움이 그립다고 말한다.〈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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