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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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이 격화하는 가운데 가자 접경지역에는 이스라엘 탱크와 장갑차 수백 대가 집결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3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 각료들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하마스를 무너뜨릴 때까지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흘째 이어진 공습으로 363명 이상이 숨지는 등 사상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하마스도 자살폭탄 테러를 포함한 결사 항전을 다짐하고 있어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불붙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상군이 모든 준비를 끝냈다”=아비탈 레이보비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30일 “지상군이 모든 준비를 끝냈다”며 “당장 투입이 가능하지만 당분간 공중과 해상 공격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스라엘은 가자 접경지역에 6500명 이상의 지상군을 배치했다. 가자 주민들도 이스라엘 탱크 진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피란을 서두르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현재 가자지구 공격은 여러 단계 중 초기일 뿐”이라고 경고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보도했다. 마탄 빌나이 이스라엘 국방부 부장관은 “수주간 이어질 군사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에후드 바락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 국민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도록 하마스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하마스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공습 격화=이스라엘 공군은 30일 새벽에도 폭격기를 동원해 40여 곳의 하마스 건물과 훈련 캠프, 로켓 발사지대 등을 집중 폭격했다. 이로 인해 하마스 외교부와 재무부 건물이 잿더미가 됐다. 나흘째 이어진 공습으로 최소 363명이 숨지고, 1720명 이상이 다쳤다. 유엔은 팔레스타인인 사망자 가운데 어린이 21명 등 60명 이상의 민간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휴전은 없다”=이스라엘 내무장관 메이어 시트리트는 30일 “하마스와의 휴전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유엔의 요구를 일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참모차장인 단 하렐 장군은 현지 인터넷 뉴스사이트 YNet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하마스 정부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며 “이번 작전이 끝나고 나면 가자지구 내에 단 하나의 하마스 건물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편들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은 이스라엘이 자위를 위해 행동한 것을 이해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휴전을 위해 막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양측은 즉각 휴전하라”고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도 30일 파리에서 만나 양측의 군사 행동 중단을 요청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도 31일 이스라엘의 공세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하마스 “결사 항전”=하마스는 로켓과 박격포를 이용해 보복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29일 아슈켈론·아슈도드 등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50발 이상의 로켓을 발사해 이스라엘 민간인 4명이 숨졌다. 같은 날 가자지구 인근의 이스라엘 군 캠프도 박격포 공격을 받아 병사 한 명이 숨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세에 맞서 결사 항전을 다짐했다. 파우지 바훔 하마스 대변인은 이날 “2005년 1월 이후 중단했던 자살폭탄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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