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의문화유산>여주 고달사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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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트인 앞면을 제외하곤 야트막한 산봉우리들이 둥글게 원을 그리며 감싸안아 푸근한 느낌을 주는 한적한 시골 마을 경기도여주군북내면상교리.

도(道)의 경지를 통달한다는 고달사(高達寺)라는 뜻만큼이나 이름 높았던 옛 절터가 이 마을 뒷산에 남아 있다.신라말 창건돼 전성기였던 고려때에는 사방 30리가 모두 절 땅이었을 만큼 대도량이었다지만 지금은 절터만이 허허롭다.

그러나 이 석조물들의 면면은 스러진 고달사의 명망을 다시 일으켜세울 만큼이나 예사롭지 않다.절터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유물은 석불대좌 장방형의 불상받침대인데,규모가 크고 생김새가 반듯하며 유연한 조각솜씨가 돋보인다.

원종국사는 고려 초기 고달사를 전국 제일의 선찰로 가꾼 분으로,그의 부도와 부도 비가 절터에 남아 있다.

고달사터의 맨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어느 스님의 사리를 모신 것인지 알 수 없는 고달사터 부도(국보 4호).동선(動線)상 원종국사 부도를 먼저 만나게 마련인데,두 유물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둘 다 고려 초기의 석조물로

균형잡인 팔각 원당형 부도의 기본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기단부 중대석 몸돌에 장식된 용과 거북 조각이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듯 눈길을 끈다.원종국사 부도도 세부 조각이며 전체적으로 화려하면서도 차분하게 정돈된 모습이 매력적이긴 하

다.그러나 고달사터 부도를 보고 난 뒤 내려오면서 다시 한번 보게 되면 솜씨나 공력이 고달사터 부도에 미치지 못함을 알 수 있게 된다.원종국사 부도가 고달사터 부도를 본떠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형식은 비슷하지만 고달사터 부도의 균형

이 더 돋보이고 세련미가 뛰어나다.높이 3.4인 도달사터 부도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부도 가운데 가장 크다.

▶가는 길=신륵사 관광단지 입구에서 42번 국도를 따라 원주 방면으로 가다가 331번 지방도로로 갈아타고 양평 쪽으로 약 8.3㎞ 가면 길 왼쪽에 상교리 버스정류장과 함께 고달사터로 들어가는 마을 길이 나온다.이 길을 따라 3㎞ 가면 고달사터에 닿는다.

글=김효형〈한국문화유산답사회〉

사진=김성철〈사진작가〉

<사진설명>

고달사터 부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부도로 균형미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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