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표준어 배우기 골머리 - 광둥어.영어 사용 반환 앞둔 홍콩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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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늘도 땅도 무섭지 않다.단지 광둥(廣東)사람이 표준말하는게 두려울 뿐이다.”중국에서 표준말인 베이징(北京)어를 가장 못하는 광둥성(홍콩 포함)사람들을 두고 놀리는 이 말은 이제 졸지에 홍콩인만을 상대하는 말로 변했다.

광둥성 사람들이야 중국 당국의 표준어 정책으로 이제 베이징어를 모두 구사하지만 식민지 생활을 청산하고 올 7월부터 조국의 품으로 돌아가야 하는 홍콩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큰 문제다.

언론들은 홍콩반환을 앞두고 홍콩인들이 얼마나 열심히 표준어를 배우는가에 대해 보도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홍콩인들은 큰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을 뿐이다.홍콩인들의 표준어 학습을 돕기 위해 표준어 방송도 출현했지만 당사자인 홍콩인들은 여전히 시큰둥할 뿐이다.

아직까지 홍콩의 공식어는 광둥어와 영어.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습은 여전히 광둥어를 위주로 하면서 영어가 보조역할을 하고 있다.하지만 홍콩반환이 코앞에 닥치자 홍콩의 학부모들은 고민에 휩싸여 있다.모어(母語)인 광둥어로 자녀를 학습시키기에는 앞으로 이를 대체할 표준어에 비해 위상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또 표준어로 학습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현재 홍콩에는 표준어를 가르칠 인력이 태부족인데다가 광둥어가 몸에 밴 홍콩인들로서는 표준어 발음과 새 단어 익히기가 외국어 배우기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학부모들은 이에 따라 차라리 실제 생활에 여러모로 유리한 영어를 익히는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그러나 언어에 관한 한 표준어 정책을 확고하게 고집하고 있는 중국당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영어 또한 장래가 불투명하다는게 문제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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