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한보특위 위원들 안팎 비판에 신경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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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늘도 좋은 소리 못듣겠군.”

홍인길(洪仁吉)청문회(12일)직후 조사장밖으로 나온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이 한숨을 내쉬었다.'봐주기'라는 비판이 나올까 신경이 곤두선 표정이었다.

한보 청문회 5일째가 지났지만 꿈꾸던 '청문회스타'는 고사하고 안팎의 비판과 어려움에 특위위원들은 괴롭기만 하다.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뭘 좀 알고 질문하라”는 조롱조 반박에 골탕먹는가 하면 洪의원 청문회 때는“동료 봐주기”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지역구사무실.자택까지 성난 전화가 밀려들고 종일 파김치가 된 의원들은 청문회밖의 2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국민회의 김경재(金景梓)의원은 12일 청문회 중간중간 보좌진을 통해“10통중 3통은 비난조 전화”등의 여론추이를 살피다 보충질의 때는 추궁의 강도를 높였다.

현경대(玄敬大)위원장은“점잖게 물으면 봐준다고 하고 소리지르면 증인도 인격이 있다 하니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한다.지난 10일 저녁 특위위원들의 모임에서는“며느리를 봤으면 열달은 기다려야 손자를 보는게 아니

냐”는 불만이 분출했다고 玄위원장은 전했다.

신한국당 이신범(李信範).김재천(金在千)의원의 전격적인 사퇴파문으로 특위내 분위기도 착 가라앉았다.金의원은 아예 강원도에 은둔,당지도부와 연락을 두절했다.

金의원은 12일 저녁 자신이 한보돈을 받았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玄위원장에게“맹세코 그런 일이 없으니 걱정말라”는 전화연락만을 해왔다.

李의원은 한보돈 수수의혹을 받은 야당의원의 특위'제척'문제를 꺼냈고 간사인 박헌기(朴憲基)의원을 통해 당지도부에'지원성명'을 요청했다가 거절된데 불만이다.

'삼원정밀금속'건등 당대표 관련 사안에는 즉각 반박성명을 내면서 의원들 분투에는 아랑곳않는 지도부가 불만이라는 얘기다.

대기업총수들이 불려왔던 5공특위 때는 모 대기업이 위원들에게 고급승용차를 주었다거나 입막음에 상당한'성의'를 표시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러나 한보 특위위원들은 정치권 연루의 여파로 구치소에서 1천5백원짜리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워야 하는 상황.玄위원장이 수행원 식비등 경비지원을 신한국당에 요청했으나“야당의원도 있는데 쓸데없는 오해를 초래한다”며 거절당했다는 후문.

공교롭게 국제의회연맹(IPU)총회가 겹쳐 국회차원의 실무인력지원도 거의 중단됐다.

5공청문회와 현저히 다른 시대상황도 한보특위를 움츠러들게 한다.5.18,5공비리등은 검찰이 이미 1차조사를 마친 한보와 달리 당시 검찰.언론이 본격적 접근을 못했던 부분.특위의'새로운 사실'폭로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위원들은 한보에는 대출.코렉스공법등 전문분야가 많은 점도'대중적 인기'의 걸림돌로 손꼽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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