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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떠난 두루미 인공번식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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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6일 구미시 해평면 낙산리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의 사육장에서 두루미 한 쌍이 연구원이 풀어놓은 미꾸라지를 먹고 있다. 이곳의 두루미 두 쌍은 10월 2일 일본 오카야마현 자연보호센터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홍권삼 기자]

경북 구미시 해평면 낙산리 마을 뒷산 중턱. 동쪽으로는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고, 서쪽으로는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33만9000㎡ 부지에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26일 오후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는 ‘꾸욱, 꾸욱’ 하는 두루미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로 9m, 세로 15m, 높이 3m의 그물망으로 된 사육장에는 두루미 한 쌍이 한가롭게 먹이를 찾고 있다. 두루미의 특징인 새하얀 털, 검은 목과 꽁지, 빨간 정수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얕게 파 놓은 웅덩이에 미꾸라지를 풀자 능숙한 솜씨로 쪼아 먹는다. 두루미 사육을 맡고 있는 경북대 김효준(24·생물학과 대학원 재학)씨는 “두루미들이 아주 건강하다. 이곳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두루미는 올 10월 2일 경북대와 자매결연한 일본 오카야마(岡山)현립 자연보호센터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사육 중인 두루미는 7년생과 14, 15년생 암수 등 두 쌍으로 모두 네 마리. 연구소 측은 내년 4~5월께 인공 번식을 통해 두루미를 12마리로 늘릴 예정이다.

봄 짝짓기가 끝난 뒤 알을 낳으면 자연부화와 인공부화를 통해 여덟 마리의 새끼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두루미는 한 번에 두 개의 알을 낳지만, 낳은 알을 둥지에서 곧바로 꺼내면 다시 두 개를 낳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두 개씩은 어미가 품도록 하고, 나머지는 부화기에서 인공부화하기로 했다. 국내 일부 동물원에서 자연부화를 한 적은 있지만 인공 번식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두루미는 두루미과(科) 조류 중에서도 몸이 희고 정수리가 붉어 ‘단정학(丹頂鶴)’으로 불리는 종이다. 연구소가 두루미 증식에 나선 것은 2000년. 1997년 대구 달성습지에 두루미 세 마리가 월동한 뒤 더는 낙동강에 나타나지 않아서다. 두루미는 매년 700여 마리가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시베리아와 중국 북동부에서 날아와 강원도 철원과 인천 강화도 등 휴전선 일대에서 월동을 하고 가지만, 조선시대에는 구미 지역에서도 두루미가 사육됐다는 기록이 있다.

박희천(60·생물학)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두루미를 증식하는 것은 생태환경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곳 두루미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 살아 있는 미꾸라지와 옥수수·볍씨·야채를 먹는다. 영양식으로 삶은 계란 으깬 것과 방울토마토도 제공된다. 조류생태환경연구소는 내년 9월께 새끼들을 관광객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2014년까지 두루미를 200마리로 늘리고 일부는 낙동강에 방사할 계획이다.

구미=홍권삼 기자

◆두루미=1m40㎝ 안팎의 키에 몸무게는 약 10㎏이다. 온몸이 희지만 머리꼭대기는 피부가 드러나 붉다. 목과 꽁지는 검은색을 띠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일본·러시아·중국 등 세계에 25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불로장생을 뜻하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학(鶴)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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