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해외 유출 문화재 7만 점 … 10%만 귀환

중앙일보

입력 2008.12.30 00:50

업데이트 2008.12.3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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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11월 26일 서울에서 열린 유네스코 산하 ‘문화재 반환 촉진 정부간 위원회(ICPRCP)’의 30주년 기념 특별회의에서 ‘제국주의 식민 침탈 당시 불법적으로 약탈당한 문화재는 원소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서울 선언’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ICPRCP의 전문가 회의에서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儀軌)의 반환 문제가 공식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일명 ‘수자기’로 알려진 어재연 장군기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전투 중 미군에 빼앗겼던 깃발(左)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2007년 10월 13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右). 미 법령과 절차상 이유로 영구 반환은 어려워 최장 10년간 대여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중앙포토]

ICPRCP란 문화재를 약탈당한 국가들로부터 불법 문화재 반환 신청을 받아 중재로 나서는 유네스코 산하 기구다. 우리 조상이 남긴 소중한 유산인 문화재가 해외로 유출된 이유와 환수 방법에 대해 공부한다.

◆문화재 왜 유출됐나=유네스코는 우리나라를 그리스, 이집트, 베트남, 중국 등과 함께 약탈된 문화재가 많은 국가로 분류한다. 현재 해외에 유출되거나 약탈된 우리 문화재는 7만6143점에 이르며 이 중 3만4369건이 일본에 소재하고 있다. 이들 문화재는 임진왜란(1592~98)과 병인양요, 신미양요(1871) 등의 전란과 일제강점기(1910~45), 한국전쟁(1950~53)과 같은 혼란기를 틈타 도굴, 강탈, 매매, 기증 등 다양한 경로로 빠져나갔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는 어람용(임금 친견용)이다. 일반 의궤보다 재료나 장식, 제본 방식이 뛰어나 사료적·예술적 가치가 돋보이며 국내에는 없는 유일본이다. 일제강점기인 1922년에는 명성황후의 장례식을 기록한 의궤를 조선총독부가 기증하는 형태로 일본 궁내청으로 가져갔다.


◆환수 현황=한번 빠져나간 문화재를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엎지른 물을 주워담는 것 같은 고단한 과정을 겪어야 한다. 문화재 환수가 처음 시작된 58년 이후로 10개국에서 7466점을 돌려보냈을 뿐이다.

1913년 일본이 도쿄대로 반출했던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도 74책 중 47책이 ‘영구 기증’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기까지 93년이 걸렸다. 임진왜란 당시 최대의 육상전으로 꼽히는 북관대첩을 기념하는 북관대첩비는 1905년 일본으로 옮겨져 야스쿠니 신사 구석에 방치됐다 100년에 걸친 대장정 끝에 북한의 함경도 길주로 반환됐다.

그러나 약탈 문화재는 거의 대부분 고향에 돌아오지 못했다.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이나 외규장각 의궤는 여전히 프랑스에 있다. 93년 고속열차 테제베를 우리나라에 수주하기 위해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직접 의궤 반환을 약속했으나 수주권을 따내자마자 반환을 거부한 것이다. 약속을 체결한 정권이 교체됐다는 사실을 이유로 들었다.

◆체계적인 전략 필요=프랑스가 국제사회의 질책을 받으면서까지 의궤 반환을 거부하는 이유는 ‘약탈 문화재 반환’의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다. 의궤를 돌려줄 경우 루브르 등 대형 박물관을 채우고 있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여러 나라 문화재의 주인 역시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잦은 전란을 겪으며 수많은 문화재가 약탈·파괴됐지만 정확한 기록조차 없어 숫자 파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반환 요구에 앞서 학계를 통한 약탈 문화재의 현황 파악이 면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실태 파악이 끝나면 이를 기초로 정부와 민간 단체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소장 국가를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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